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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야시장으로 변했다”…석계역에서 만난 도시의 밤 열기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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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다가오면, 석계역 문화공원엔 어느새 불빛과 사람들이 가득하다. 요즘 이런 야시장을 주말 밤마다 기다리는 이들이 늘었다. 퇴근 길에 삼삼오오 모이기도 하고, 소문을 듣고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불빛이 늘어진 골목은 수제맥주 향, 달큰한 먹거리 냄새, 그리고 버스커들의 기타 소리까지 어우러지며 어느새 작은 축제의 섬처럼 변해 있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역상권을 살리려는 시도와 시민 축제에 대한 수요가 겹치면서, 서울의 야시장 문화가 점점 더 일상적 계절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노원구 ‘석계역 달빛야시장 축제’ 역시 많은 주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 특산물, 핸드메이드 작품, 분식 트럭 등 다양한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맛집 거리와 추억 버스킹까지…‘석계역 달빛야시장 축제’ 서울 노원구에서 열린다
맛집 거리와 추억 버스킹까지…‘석계역 달빛야시장 축제’ 서울 노원구에서 열린다

메인 무대에서는 초대가수 구창모의 무대가 펼쳐져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역 청년 아티스트들의 버스킹 무대는 “이런 도심의 야시장이 더 자주 열렸으면” 하는 관객들의 바람을 자아냈다. SNS에는 ‘노원의 밤이 이렇게 활기찼나’, ‘포토존에서 남긴 가족사진, 평생 기억에 남을 듯’처럼 보내온 후기가 잇따라 공유됐다.

 

현장을 찾은 한 주민은 “여기서만 느껴지는 동네 특유의 온기가 있다”고 느꼈다. 참가한 소상공인은 “장사하는 재미도 나지만, 무심코 오간 이웃들과 인사 나누는 게 뜻밖의 위로였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심형 야시장 축제를 ‘만남의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먹거리, 예술, 놀이가 한데 섞여 순간의 즐거움을 넘어서 지역 공동체의 연결까지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포토존과 추억의 놀이 공간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손을 잡거나 작은 미소를 나누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야시장의 열기는 비단 한밤의 이벤트만이 아니다. 잠깐 마주친 추억, 귀에 남은 버스킹 선율, 직접 사고 만지는 수공예품 같은 작은 경험들이 일상의 틈 사이에 스며든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과 기대를 안고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도시는 그 안에서 조금 더 따뜻해졌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석계역 달빛야시장 축제’에서 쌓인 기억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의 밤을 더욱 살아있게 만든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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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계역달빛야시장축제#노원구#버스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