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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0.45% 하락”…트럼프發 미중갈등 재점화 속 기술주 혼조, 1조 8,900억 자금 이탈
경제

“나스닥 0.45% 하락”…트럼프發 미중갈등 재점화 속 기술주 혼조, 1조 8,900억 자금 이탈

김다영 기자
입력

뉴욕의 새벽, 어딘가에선 움직임이 멈췄고 또 다른 곳에선 흔들렸다. 미국 뉴욕증시는 전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중 무역갈등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주요 지수들이 모두 하락세를 탔다.  

 

현지 시각 5월 30일 오전 11시 5분, S&P500 지수는 0.25% 내려간 5,897.50에 머물렀다. 기술주의 무대로 불리는 나스닥 역시 0.45% 미끄러진 19,090.19를 기록했으니, 변동성마저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09% 떨어진 42,176.73에 머물렀다. 나스닥100은 0.25% 내렸고, 변동성지수(VIX)는 0.31% 오르며 시장의 긴장감을 조용히 드러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이 기존 무역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조용했던 지정학적 파도를 더욱 거세게 일으켰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무역협상 난항 발언은 한 줄기의 긴장감을 주식시장 곳곳에 드리웠다. 미 연방 국제통상법원의 판결에 더욱 불확실성이 실렸다. 시장의 시계는 흔들렸고, 기업 이익과 소비 역시 뿌리째 흔들릴 우려가 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1% 상승에 그치며 시장의 온도보다 한층 더 낮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연준의 목표치(2%)에 다가갔지만, 환호성은 무역 불안이 덮어버렸다. 투자자들은 오로지 외풍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심스레 자산 배분에 나서는 모습이다.  

 

주요 기술주는 운명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 서학개미들이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온 테슬라는 1.03% 반등해 362.13달러로 전장보다 웃었다. 반면 엔비디아는 2.05% 하락한 136.34달러까지 밀렸다. AI 대표주 팔란티어는 7.38% 뛰었고, 애플은 소폭 하락, 아이온큐는 5.64% 급락했다.  

 

국경 너머의 투자 흐름도 균열을 드러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5월 28일 기준 테슬라의 보관금액은 하루 새 5,631억원 줄어 33조 4,764억원에 멈췄다. 엔비디아의 보관금액도 890억원 감소했지만, 팔란티어와 애플은 각각 217억원, 466억원 더해졌다. 아이온큐·마이크로소프트·Direxion Daily TSLA Bull 1.5X Shares는 1,156억원, 305억원, 1,538억원씩 감소하며, 한 차례 큰 흐름의 전환을 예고했다.  

 

ETF 비중이 두드러지는 투자 성향도 나타났다. 대표적 기술·반도체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와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등 주력 ETF들이 일제히 보관금액 감소를 기록했고, 반면 세미컨덕터 3X ETF만이 632억원 늘었다. 이는 일부 투자자들이 반도체 업종의 추가 반등을 포착하며 남다른 베팅에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11위~20위 구간의 종목군 변화도 주목받았다. 알파벳 A, 아마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굵직한 기술주가 하락한 가운데, 메타 플랫폼은 조용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브로드컴 역시 310억원이 늘어나며 새로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전체 보관금액은 129조 2,866억원으로, 1조 8,900억원이 빠져나간 흐름이 컸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에너지·헬스·기술 업종은 각각 0.9%, 0.7%, 0.6% 하락 중이고, 필수소비재·유틸리티는 방어주답게 0.6%, 0.2% 상승하며 생존의 방식이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더욱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기업별 실적 역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울타 뷰티는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과 연간 전망 상향 덕분에 15%의 강한 상승세를 보여줬다. 유아이패스도 실적 호조를 계기로 5% 올랐다. 반면 갭은 뼈아픈 분기 전망 부진에 18% 하락하며 차별화 장세의 단면을 드러냈다.  

 

한편 유럽증시는 강세를 보였고, 독일과 영국은 각각 0.6%, 0.54% 오르는 반면 프랑스만 소폭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WTI와 브렌트유 모두 이틀 연속 내림세에 접어들며 세계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반등보다는 중기의 불확실성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PCE 완화 신호에도 미중 갈등 리스크가 시장을 지배하는 흐름인 만큼,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전반을 정비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하는 순간에 서 있다. 계절은 여름을 향해 가지만, 시장 심리의 온도는 차갑게 식고 있었다.  

 

예정된 2분기 실물지표 발표, 미국 내 정책 변화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투자자들은 자신만의 균형점과 방패를 마련해야 할 시기다. 조용히 깃든 불확실성의 숲, 그 안에서 모든 투자자와 기업, 가계가 다음 움직임을 모색하는 밤이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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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