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반출 결론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정부 협의체, 결정 시한 재연장 유력
구글의 고정밀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두고 정부 내 신중론과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정면 충돌했다. 지도 반출 허용 문제를 논의하는 정부 협의체가 이번 주 결론 도출을 앞두고 있지만,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결정 시점을 한 차례 더 미룰 가능성이 커지며 외교·안보 이슈가 정국의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는 8일 회의에서 구글의 고정밀 국내 지도 반출 신청을 중점 논의한다. 협의체에는 국토교통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요 정부 부처가 참여한다.

정부는 당초 8월 11일까지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회의에서 처리 시한을 다시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실제로 부처별 입장차가 적지 않고, 한미 정상회담 전 결론이 나올 경우 지도 반출 이슈가 정상 간 주요 의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신중론이 우세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결정 시한 연장 가능성이 크고, 정상회담 전 결론이 나오면 회담 의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사안은 그간 미국 측이 ‘비관세 장벽’의 대표적 예로 지목해왔으나, 최근 통상 협상에서는 제외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고정밀 지도 등은 논의 초기 단계였고, 이번에는 통상 위주로 급진전하면서 지도 반출 사안은 우리가 방어했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 관련 현안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보안상 우려와 경제 외교상 필요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통상 문제가 있기에 지도 반출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방과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밝혔으며,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국가 안보와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도 데이터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다는 입장이지만, 구글이 정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구글에 제시한 조건은 보안시설 블러 처리, 좌표 삭제, 보안시설 노출 시 국내 서버를 통한 즉시 시정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구글은 이에 대한 최종 답변을 미루고 있어 협상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정부 측은 구글과 보안시설 지도 처리 세부 기준을 놓고 추가 협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가 어떻게 다뤄지는가다. 구글은 앞서 2월 18일 5천 대 1 축적의 고정밀 국내 지도 데이터를 미국 데이터센터로 이전하게 해달라고 신청하며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2011년, 2016년에도 유사한 반출 요청이 있었지만, 당시에도 보안시설 정보 유출 우려로 정부가 불허한 바 있다.
이번 회의 결과와 정상회담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정가와 산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에 대해 추가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