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한달 만에 사실로”…이명현 해병특검, ‘채상병 사건’ 외압 실체 규명
정치적 충돌의 중심에 선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맞붙었다.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둘러싼 팽팽한 진실공방 속에, 특검팀이 출범 한 달 만에 ‘VIP 격노설’의 실체를 밝혀내며 정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대통령실 핵심 라인까지 연쇄 소환되며 2년 만에 복심들이 줄줄이 증언대를 올랐고, 동시에 구명로비와 기록 회수 등 미제로 남은 의혹 규명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명현 특별검사가 이끄는 특검팀은 2025년 8월 3일 수사 개시 한 달째를 맞아 ‘대통령 격노설’로 불린 외압 의혹의 실체를 상당 부분 규명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초동수사 결과에 강하게 격노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첩 보류와 수사 결과 변경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최근 주요 참석자 진술과 객관적 자료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국가안보실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조사를 토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전 경호처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 당시 회의 참석자 7명을 특정했다. 이들은 그간 국회 청문회와 법정에서 실제 대통령 격노 여부를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해왔으나, 특검 조사에선 “윤 전 대통령이 강하게 격노했고, 이종섭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로 질책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에게 질책성 통화를 받은 뒤 이 전 장관이 곧장 해병대사령관에게 이첩 보류와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음도 객관적 통화 기록으로 확인됐다. 이 전 장관 역시 비로소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대통령이 ‘우려’만 전달했다고 주장해 사안의 해석을 두고 양측 책임 공방도 남았다.
한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을 위한 불법 로비 의혹 수사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 중이다.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이 김 여사와 협력해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있지만, 특검팀은 아직 구체적인 정황을 명확히 포착하진 못했다. 그러나 관련자 압수수색과 신규 통신 자료 확보, 교계 원로 관련 수사, 개신교계 및 여당 내부 ‘친윤’ 인사 연루 가능성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검은 특히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임 전 사단장 등이 주로 쓴 것으로 지목된 ‘비화폰’ 통신내역 분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해병대 군종목사 등도 조사 및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개신교계는 “종교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갈등 양상도 표면화됐다.
특검팀은 ‘VIP 격노설’의 실체 규명에 이어,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가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 및 혐의자 축소 등 사건 수사에 조직적으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수사 초점을 옮기고 있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등 핵심 인사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방부와 군기관의 문건 회수, 박정훈 대령 표적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압박 등 추가 의혹들도 조사·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해병특검 수사 기간은 60일이 원칙이나, 추가로 두 차례 최대 30일씩 연장 가능하다. 수사 개시 한 달여만에 핵심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검팀은 경험적으로 한 차례 이상 수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은 남은 구명로비와 실질적 외압 실체 규명에 따라 정국 판도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될 것이라 분석했다.
정치권은 이날 국회와 대통령실을 비롯해 해병특검 수사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검팀은 비화폰 통신 자료 등 핵심 증거 확보에 집중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요 인물 소환조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