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김광현 운명의 첫 선발전”…대전球장 전석 매진→팬들 밤새 줄 잇다
역사의 한복판에서, 끝내 꺾이지 않은 팬심의 파도가 대전한화생명볼파크를 메웠다. 찌는 듯한 더위와 밤새운 대기에 지친 흔적조차, 류현진과 김광현의 첫 선발 맞대결을 직접 확인하려는 열정 앞에서는 곧장 희미해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몰려든 군중, 그들에게 오늘은 단순한 여름 야구 한 경기가 아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투수의 첫 선발전. 수많은 이가 오랜 기다림 끝에 입장권을 손에 쥐고, 특별한 순간을 목도했다.
대전구장 외곽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이미 온라인 예매분 대부분이 동났다. 시야 방해석까지도 희귀 티켓이 돼, 팬들은 밤 10시 30분부터 간이 의자와 텐트로 대기 줄을 채웠다. 한화 팬 김태완 씨는 “역사적 경기를 지켜보고 싶어서 밤을 꼬박 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에서 온 SSG 팬 김소영 씨 역시 “두 투수를 함께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날”이라고 전했다. 오전부터 햇볕이 작열했지만, 현장에는 양산과 손 선풍기로 무장한 팬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오후 4시 42분, 대전한화생명볼파크 1만7천석은 모두 매진됐다. 이는 올 시즌 41번째 홈경기 매진 기록이며, 홈과 원정 포함 30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신기록이 이어졌다. 한화 관계자는 “줄이 길게 늘어선 적은 많았지만, 오늘처럼 인산인해를 이룬 적은 처음”이라며 들뜬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양팀 감독과 선수들도 이 순간을 남다르게 받아들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30대 후반 투수들이 선발진의 중심을 이끄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평가했고, 이숭용 SSG 감독은 “두 선수가 전성기 때 격돌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한화 포수 이재원 역시 “더 일찍 이런 무대를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켜본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은 “두 선수 모두 나보다 더 훌륭하다”며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두 투수의 만남은 한국야구 불멸의 라이벌전 계보에 새 장을 더했다. 선수들뿐 아니라 감독, 팬들까지 현장에서 함께 숨을 고르며, 역사의 현장을 증언했다. 경기 후반으로 이어지는 시즌의 긴장과 기대 역시 한층 높아졌다.
대전의 뜨거운 바람 속에서 서로 응원 깃발을 흔드는 팬들, 그리고 조용히 긴박함을 삼키는 선수들의 표정. 오늘의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함께 꿈을 꾸며 지켜낸 이야기였다. 한화와 SSG의 다음 매치업 역시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선발진 운용과 컨디션에 따라 진한 승부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