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DMO 시장 전략 분화”…후지필름 역량 강화, AGC바이오로직스 구조조정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문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미국을 기점으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일본 주요 CDMO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운영을 놓고 대조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후지필름바이오테크놀로지스는 최근 24일(현지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북미 최대 규모의 세포 배양 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을 개관했다. 이 공장은 총 32억 달러(약 4조4800억원) 규모로, 2만 리터 바이오리액터 8기를 갖춰 내년 완제의약품 생산을 시작한다. 후지필름측은 오는 2028년까지 생산 용량을 두 배로 확대하고, 2031년까지 현지 고용을 14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CDMO 사업 확장에 총 80억 달러(약 11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적 의지가 반영됐다.
반면 AGC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와 롱몬트에 위치한 대규모 포유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매각에 착수했다. 11월 15일까지 해당 공장의 엔지니어링·품질제조 인력을 포함한 278명가량의 직원 고용을 종료하고,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기업 측은 중형 포유류 기반 생산설비와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에 집중하며, 대형 포유류 공장 운영에서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구조임을 시사했다. 현재 AGC는 미국 시애틀, 덴마크 코펜하겐, 일본 치바 및 요코하마 신규시설에서 포유류 및 미생물 생산체계를 지속할 계획이다.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포유류 기반 항체치료제 생산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의 75% 이상을 점유한다. 다만 AGC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바이오시밀러 및 대형 단백질 치료제보다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도 하향 조정한 바 있어, 경영 효율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감지된다.
후지필름과 달리 AGC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설비 일부를 정리하는 배경에는, 생산거점의 규모·유형별 수익성 및 신약 개발 파트너십 환경 변화가 주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CDMO 업계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형·중형 공장 확장과 맞춤형 파이프라인 특화 전략으로 양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바이오의약품 수요 확대에 따라 시설 인수합병 및 신공장 투자도 이어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둘러싼 지역 생산거점 경쟁과 경영 전략 다변화가 바이오 위탁생산 산업의 구조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일본 CDMO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글로벌 시장 내 입지 변화와 재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생산 역량, 공급망 최적화 전략이 향후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성장분기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