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국산화 결실”…한화시스템, AESA 레이더 양산 1호기 출고
국산 전투기 연구개발의 중추 현장에서 한화시스템이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양산 1호기 출고라는 성과를 내며 새로운 국방 기술 자립 시대를 연 모습이다.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라는 난관을 넘어서 방위산업의 독자 역량이 실전 배치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시스템은 8월 5일 경기도 용인종합연구소에서 방위사업청, 공군, 국방과학연구소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AESA 레이더 양산 1호기 출고식'을 개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에 출고된 AESA 레이더는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돼 우리 공군의 핵심 정밀 타격 역량을 책임진다.

AESA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 역할을 하며, 공대공, 공대지, 공대해 표적을 복수로 동시에 탐지·추적하는 첨단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기계식 레이더와 달리 안테나 각도를 전자 신호로 자유롭게 조정해 기동성과 정밀도를 크게 향상시킨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AESA 레이더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였다.
정부는 2015년 FX-X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에 AESA 레이더 핵심 기술 이전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방위사업청과 한화시스템, 국방과학연구소가 주축이 돼 2016년 8월 자체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0년에는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이후 항공기와의 연동 소프트웨어 개발 및 실시험 과정을 거쳐 지난해 6월 방위사업청과 한화시스템간 최초 양산 계약이 체결됐다.
이번 양산 1호기 출고는 외부 기술 의존을 벗어나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이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다. 한화시스템은 앞으로 2028년까지 총 40대의 AESA 레이더를 KF-21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박혁 한화시스템 DE 사업부장은 "미들급 전투기뿐 아니라 경전투기, 무인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도 적용 가능한 AESA 레이더"라며 "글로벌 수출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을 비롯한 국방·외교 전문가들은 이날 출고가 동맹국에 의존했던 첨단 기술의 국산화 성공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방산 업계에서는 “AESA 레이더의 안정적 공급이 KF-21 전력화는 물론 향후 중·경전투기와 무인기 등 국산 항공 플랫폼의 기술 자립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정부와 방위사업청은 2028년까지 차질 없이 레이더 양산과 탑재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