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이란 대통령 항공편 오만 도착”…중동 외교 파장 속 이스라엘 분쟁 협상 재점화→미·이란·오만 움직임 촉각
국제

“이란 대통령 항공편 오만 도착”…중동 외교 파장 속 이스라엘 분쟁 협상 재점화→미·이란·오만 움직임 촉각

이소민 기자
입력

황량한 사막의 바람결을 가르며, 이란 대통령 전용기로 추정되는 항공기들이 오만 수도 무스카트의 하늘을 가볍게 스쳤다. 6월의 이른 아침, 페르시아만 건너 중동 외교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 포착된 것이다. 국제정세를 지배하는 긴장과 중재의 기운이, 먼지 자욱한 하늘에 진하게 흩뿌려졌다.

 

이날 이란 항공기 세 편이 무스카트에 착륙했다. 앙상한 정보 속에서도, A340 항공기가 한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전용기로 사용된 기체임이 확인됐고, 나머지 두 대는 그 임무조차 베일에 싸여 있다. 출발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나,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중재국으로 명성을 쌓아온 오만의 품으로 날아든 이 초대형 항공편 행렬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냉혹하게 얼어붙었던 협상의 온기를 불러오려는 의도로 읽힌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1979년 이슬람 혁명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은 이란 대통령실 제공 / 뉴시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1979년 이슬람 혁명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은 이란 대통령실 제공 / 뉴시스

오만은 이미 올 한 해 다섯 차례에 걸쳐 미국-이란 핵협상의 중재자가 됐다. 또다시 오만을 향한 이란의 발걸음은, 최근 지속된 이스라엘의 공습과, 중동 내 불안정성이 한층 고조된 이후여서, 이란이 서방과의 외교적 활로를 되찾고자 하는 의지로 비춰진다. 항공기의 콜사인(JJ25, JJ26, JJ28)에 얽힌 익명의 여정은, 한편으론 향후 6차 협상을 암시하는 긴장된 침묵이기도 하다.

 

이번 항공편 이동 직전, 이스라엘의 고조된 군사 행동 이후 이란의 대응이 군사적 보복을 넘어 외교적 채널로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워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각국 전문 매체는 오만의 전통적 중재자 역할에 주목하며, 대화의 여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적 요구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며 굳은 신념을 거듭 밝혔으나, 실질적 정책 행보에서는 실마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여운 섞인 메시지를 남기는 가운데, 중동에서 뿜어져나오는 소용돌이의 무게는 점점 더 커진다. 평화의 그림자가 이슬람 혁명 기념행사장의 군중 속 웅성거림처럼 바래지거나, 혹은 새로운 대화의 문을 두드릴 것인지, 세계는 조심스레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란 항공기들의 오만 방문은 중동의 격렬한 긴장 그리고 국제사회의 맞물린 이해 속에서 또 다른 분수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강경하게 닫힌 채인 이란 최고지도자의 태도와, 이를 둘러싼 미국, 이스라엘, 아랍권의 다채로운 외교적 반응은, 향후 협상 진전에 대한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파장과 반전이 교차하는 외교무대의 중심에서, 이번 외교적 이동이 어떤 역사적 결실을 맺게 될지 세계는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이소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란#오만#이스라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