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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에 흐르는 명절의 바람”…조상께 닿은 가을의 손길→세대의 정성, 깊어지는 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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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낮게 깔린 산길을 따라, EBS ‘한국기행’ 속에는 선산과 시장, 고즈넉한 시골집까지 오롯이 명절의 명암이 스며들었다. 김재기, 이영자 부부가 60여 년을 품은 보성의 정원은 조상님 묘를 중심으로 시간의 빛이 쌓인 숲이 됐다. 손끝마다 정성스럽게 길러진 호랑가시나무와 온갖 꽃나무 아래서, 두 사람은 마음의 빚을 덜고 싶다는 간절함을 담아 사랑을 전했다.

 

김해의 수로왕릉, 수백 년 동안 조상님 섬겨온 김해 김씨 참봉들은 가파른 산길을 기꺼이 오르며, 멀리서도 이어 온 가족의 절제된 겸손함으로 품위를 드러냈다. 산등성이를 오르는 신중한 발걸음과 밧줄을 붙잡은 손끝에는 뿌리를 지키겠다는 각오가 매 순간 새로이 새겨졌다.

아름다운 가을, 조상님 품에 안기다…‘한국기행’ 명절 산골 풍광→세대의 정성 담다
아름다운 가을, 조상님 품에 안기다…‘한국기행’ 명절 산골 풍광→세대의 정성 담다

포항 죽도시장엔 명절을 앞둔 박정자, 이영태 부부의 분주함이 이어졌다. 상어 고기 ‘돔배기’가 영남의 차례상에 오르기 전, 껍질을 벗기고 샥스핀과 두치까지 손질하는 과정마다 조상의 안녕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손길이 묻어 있었다.

 

보은의 김수향, 이성근 부부는 첫 명절에 어머니의 빈자리를 깊이 떠올렸다. 대추로 익혀내는 대추묵과 대추약밥 하나하나에 담는 손맛과 정성, 묘소에 남기는 따스한 그리움까지 명절의 의미가 더욱 진하게 전해졌다. 의령의 성삼섭, 손윤교 부부 역시 어머니의 유산을 보듬으며 무도라지 수수조청을 오래도록 이어간다. 사업 실패 끝에 품을 찾은 아들에게 전해준 어머니의 조청 비법, 해마다 가마솥에서 익어가는 조청은 어머니의 손길과 냄새, 가족의 이야기를 한 겹 더해준다.

 

경북 상주 허호 씨 가족은 5대를 잇는 명주 바느질로 계절의 흐름을 입혔다. 누에고치의 하얀 끈이 실로, 명주로 바뀌는 과정에 가족 모두가 청춘과 행복을 걸었다. 고단함마저 감사해하는 마음이 명절이면 더욱 깊어진다. 강원도 원주의 정화석 씨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 그리고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준 장모님을 소나무 곁에 모시고 흙 예술을 꽃피운다. 매일 두 어머니에게 인사를 올리며, 작품마다 어머니의 얼굴을 빚어내는 그의 손끝에는 세월을 건너온 그리움과 위안이 고요하게 깃든다.

 

명절의 풍경은 조상님을 기리는 정성, 남겨진 가족을 아우르는 온기로 이어진다. 구수한 곡식 냄새가 퍼지는 산골, 분주한 시장, 옛집에서 새삼 돋는 부모의 추억까지, 한국기행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진심을 따라 시청자를 따뜻하게 감싼다. ‘한국기행–응답하라 조상님’은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다섯 밤의 정겨운 명절 풍광을 시청자 곁으로 부드럽게 이끌 예정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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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김재기#정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