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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부산 가을밤 다시 서다”…첫 공식 복귀에 담긴 고백→팬심은 변함없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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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의 쓸쓸한 가을밤, 배우 정우성이 다시 무대 위에 등장했다. 플래시 세례와 별들의 설렘 속에서도, 수척해진 얼굴과 수염, 그리고 조용한 미소가 전하는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오랜 시간 사생활 논란과 혼인신고, 10개월 남짓의 공백을 지나 정우성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무대 위에서 증명하고 있었다.  

 

남우주연상 수상 이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정우성의 복귀는, 그 자체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였다. 검은 수트 차림에 내비친 아스라한 미소, 그리고 "영화배우를 그만둘 때까지 이 설렘은 계속된다"는 솔직한 고백 속에는 한 사람의 깊은 책임감과 각오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혼외자 인정과 아버지로서의 책임, 그리고 연인과의 혼인신고까지. 정우성은 "사람 사는 일, 다 비슷하다"는 담담한 시선으로 대중 앞에 섰으며, 팬들의 환호로 그 서사에 공감을 더했다. 오래된 동료와 나누는 짧은 농담마저 온기가 감돌았고, 시상 무대에서의 설렘은 다시금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웠다.  

정우성 / 아티스트컴퍼니
정우성 / 아티스트컴퍼니

정우성이 그려온 30년 배우 인생은 단순한 스타의 변화를 넘어선다. 1994년 CF 모델로 데뷔한 그는 ‘구미호’에서 영화계 첫 걸음을 내딛은 후 ‘비트’, ‘태양은 없다’ 등으로 1990년대 청춘의 아이콘으로 각인됐다. 범죄 스릴러와 멜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까지 장르와 캐릭터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해오며, 미남 배우라는 이미지를 뛰어넘는 배우로 성장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는 한류 스타의 면모를, ‘서울의 봄’에서는 천만 관객 배우라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아수라’, ‘더 킹’, ‘강철비’, ‘증인’ 등 다양한 작품에서 그는 날카로운 현실에 맞선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진솔하게 그려냈고, 수많은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쥐며 관객의 마음을 깊이 사로잡았다.  

 

배우 정우성은 연기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보호자’로 첫 장편 연출을 완수했다. 폭력의 정당성과 인물의 책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그는, 확신과 책임으로 감독의 자리에 섰고 앞으로의 도전 역시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보호자'를 통해 보여준 차별화된 연출 방식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인물의 입체적 심리를 부각하며 '정우성스러움'의 또 다른 지평을 열었다.  

 

사회적 발언과 인도주의적 활동 또한 그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공개적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냈고,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국내외 난민촌을 직접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등 에세이 출간과 강의, 후원 등으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왔다. 올해 7월 친선대사직을 내려놓으면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 보호와 인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배우를 넘어 확인된 책임과 성찰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공식 무대가 끝난 후에도 정우성의 존재감은 변함이 없었다. 팬들의 뜨거운 환호와 자연스러운 동료들과의 교류, 그리고 "모든 상의 무게와 의미를 깊이 생각한다"는 시상식 소감 속에는 지난 세월의 성숙함과 진정성이 고스란히 서려 있었다. 앞으로 공개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는 1970년대 검사 장건영 역으로 현빈과 호흡을 맞추며 또 한 번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갈 예정이란 소식에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정우성은 단지 외모로 기억되는 배우가 아니라, 변화 앞에 망설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자신의 진심을 대중과 솔직하게 나누는 진정성의 표상으로 남았다. 부산의 가을밤을 가로지른 그의 복귀는, 여전한 설렘과 함께 멈추지 않는 성장의 신호탄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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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부일영화상#메이드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