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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이웃과 손잡다”…연남동 골목에서 피어난 화합의 하루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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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동네 안에서 울림을 찾기 시작했다. 예전엔 그저 스쳐 지나던 골목이 어느새 만나고 어울리는 무대가 됐다. 9월 2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는 그런 변화의 정점에서 ‘연남동 주민화합 대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아침, 초가을 햇살과 익숙한 이웃 얼굴, 그리고 골목을 타고 흐르는 음악이 일상을 물들인다. 어린아이 손에 이끌려 나온 가족부터, 담장 너머 주민까지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하루. “이렇게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무언가를 해본 적, 참 오랜만”이라는 주민의 한마디에, 골목마다 쌓인 세월과 추억이 진하게 감돈다.  

공연부터 가족마켓까지…‘연남동 주민화합 대축제’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다
공연부터 가족마켓까지…‘연남동 주민화합 대축제’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주변에서 쉽게 포착된다. SNS 타임라인에선 이웃과 함께 꾸리는 마켓 준비 인증, 공연 무대 연습 과정이 공유된다. 구청 통계에 따르면 지역주민의 공동체 행사 참여율이 지난해보다 15%가량 높아졌고, 특히 가족 단위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공동체의 힘이 일상에 스며든다”는 것이 최신 도시 트렌드로 꼽힌다.  

 

축제의 기획자이자 마포구 주민인 이모 씨는 “프로그램 대부분은 주민의 의견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축제장 곳곳엔 지역 예술가와 상인, 곧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공연을 펼치고, 직접 꾸린 먹거리 마켓이 열린다. “특별한 무언가라기보다, 작은 소통이 주는 울림이 크다”고 주민들은 고백한다. 워크숍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현장은 세대를 잇는 교감의 장으로 변신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랑 손잡고 마켓 투어하다보니 집 앞 골목이 달라 보여요”, “공연 참여한 것만으로도 이웃과 가까워진 느낌” 등, 일상과 축제의 경계가 흐려진 감상들이 이어진다.  

 

이제 동네 축제는 단지 한순간의 이벤트가 아니다. 그 속엔 서로의 마음이 만나고 작은 기억이 쌓인다. 동네가 품어내는 울림에 귀기울이는 시간, “이런 장면을 보며 내가 사는 곳도 한 번쯤 돌아보고 싶어진다”는 어느 참여자의 말은 오늘날 이웃과 공동체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연남동 골목에서 뜨겁게 피어난 하루의 진동. 작고 사소한 축제의 기록이지만, 그만큼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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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주민화합대축제#마포구#가족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