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양정숙의 눈빛 한 번에 숨멎→촌뜨기들 운명 교차점 흔들리다”
맑은 에너지로 스크린을 밝히던 임수정이 이번에는 ‘파인: 촌뜨기들’에서 판을 쥔 팜므파탈, 양정숙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그녀의 미묘한 눈빛과 느린 손짓, 그리고 단호한 대사가 순간마다 공기를 바꾸며 극의 밀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흥백산업 천회장의 새 부인이자, 도자기의 가치와 생존 본능 앞에 주저함 없이 움직이는 양정숙의 등장은 현장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임수정이 그려낸 양정숙은 냉철함과 고상함이 교차하는 입체적 인물이다. 모든 상황을 재빠르게 꿰뚫는 판단력, 옅은 미소 속 단단한 결의, 그리고 오합지졸 보물찾기 패들을 효과적으로 아우르는 카리스마가 겹겹이 쌓인다. 더불어 남성 중심의 서사 속에서도 단 한 번의 대사, 짧은 응시만으로도 압도하는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는 곧 시청자들이 양정숙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특히 임수정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난 감정 연기는 양정숙의 다층적인 내면을 디테일하게 부각한다. 오희동을 향한 흔들림, 박선자가 오희동의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당황해 돌아서는 장면, 그리고 현 남편 천회장과 옛 인연 임전출을 오가는 복합적 감정선은 긴 호흡의 서사에 진한 몰입을 더한다. 속전속결로 상황을 정리하면서도 흔들리는 표정 하나, 단호한 어투 속 미묘한 흔들림에서 캐릭터의 속사정을 엿봄직하다.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을 배경으로 숨겨진 보물선을 둘러싼 촌뜨기들 각자의 갈망과 욕망이 교차하는 이야기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에 탄탄한 연출이 더해지며, 임수정이 맡은 양정숙 캐릭터는 더는 주변 인물에 머물지 않고 이 모든 판의 변곡점이란 평가다. 그와 동시에 주변 인물들과의 미묘한 텐션과 예측할 수 없는 오고감 속에서, 임수정의 깊은 연기 내공은 한층 빛을 발한다.
묵직한 서사와 역동적인 감정의 변화 속, 임수정의 ‘양정숙’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자리매김했다. ‘파인: 촌뜨기들’은 총 11부작으로, 매주 수요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새로운 에피소드가 차례로 시청자 곁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