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폐기물이 수소 창고가 된다”…UNIST, 액상 운반체 원천 기술 확보
폴리스타이렌 기반 포장재가 액상 수소 저장 매체로 변신하면서, 수소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 연구팀이 폐폴리스타이렌을 활용해 액상 유기 수소 운반체(LOHC, 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로 전환하고, 저장한 수소를 고순도로 회수할 수 있는 혁신적 전 주기 시스템을 개발했다. 업계는 이 기술을 재활용·수소 경제의 ‘복합 혁신’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폴리스타이렌 소재를 열분해해 방향족 고리 화합물(스타이렌, 톨루엔 등)을 생성, 이 화합물을 수소와 반응시켜 저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고온·고압 조건에서 루테늄 촉매를 이용해 수소를 화합물 내에 결합시키고, 필요 시 백금 촉매를 통해 탈수소화 반응으로 고순도 수소를 분리해낸다. 특히 촉매의 효율은 금속 산화물 지지체의 구조에 따라 좌우되며, 나노시트 구조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최적의 반응성과 안정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LOHC 기술 대비, 폴리스타이렌 유래 방향족 고분자를 직접 소재로 활용한 점이 기술적 차별점을 이룬다.

LOHC 방식은 상온·상압에서 액체로 장기간 저장·운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소의 취급과 물류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석유 운송·저장 인프라와 호환성이 높아 현장 적용이 용이하다. 이번 연구로 폴리스타이렌의 1% 이하에 머물렀던 재활용률이 실질적으로 증가하고, 저비용·고효율의 수소 공급망 확장에 물꼬를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외 LOHC 기술 연구는 염화벤젠·톨루엔 등 기존 유기물에 제한돼 있었으나, 이번 연구의 소재 확장과 촉매-공정 동시 최적화는 글로벌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요소로 꼽힌다. 미국, 독일 등에서도 산업 폐기물 기반 수소 저장 아이디어가 실험단계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UNIST가 세계 최초로 폐기물에서 수소 회수까지 전 단계를 실증한 의미가 크다.
시장 확장과 더불어, 촉매 성능 안정화와 불순물 유입을 막기 위한 분별증류 기술, 폐기물 연소를 통한 에너지 효율 강화 등 환경성과 경제성을 모두 고려한 공정 설계가 주목된다. 연구진은 폐기물 처리·수소 저장 모두를 포괄하는 규제의 틀이 필요하며, 에너지 비용·촉매 내구성·자원 회수 비율 등이 실제 상용화의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폴리스타이렌 등 산업 폐기물의 대량 처리가 가능해지는 동시에, 인프라 적응형 LOHC 시스템이 수소 경제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과 정책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