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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상하이의 와이탄 산책”…흐린 하늘 아래 더 깊어지는 도심 여행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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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상하이의 와이탄 산책”…흐린 하늘 아래 더 깊어지는 도심 여행의 감성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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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날씨에 상하이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여행지 하면 청명한 하늘을 떠올렸지만, 이 도시는 오히려 뿌연 구름과 습한 공기 속에서 더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사실, 흐린 하늘 아래에 드리운 빌딩과 고풍스런 거리를 걷는 경험은 그 자체로 상하이만의 특별한 여행 방식이 되고 있다.

 

도시의 상징 와이탄은 흐린 날씨에도 늘 붐빈다. 유럽풍 건축물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강 건너 푸둥지구의 스카이라인이 안개처럼 피어오르면,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남기곤 한다. “흐린 하늘이 오히려 도시를 더 분위기 있게 만들어준다”는 여행객들의 체험담도 많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날, 우산을 든 여행자들이 황푸강 산책로를 천천히 따라 걷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사진 출처 = pixabay
사진 출처 = pixabay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상하이시는 계절 영향을 덜 받는 도심 관광지가 늘어나면서 연중 방문객 수가 계속 증가 중이라고 발표했다. 전통미와 현대미가 공존하는 관광, 실내외 체험 위주의 코스가 인기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도시의 감각을 풍경 삼는 여행”이라 부른다. 상하이 로컬 여행 기획자 리셴(李娴)은 “상하이의 진정한 매력은 날씨와 상관없이 도시의 결을 몸으로 느끼는 데 있다”고 표현했다. 박물관처럼 다채로운 풍경, 예원과 신천지 같은 공간에서 전통과 현대가 섞여드는 경험이 특히 여행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셈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맑은 날보다 오히려 흐리고 비가 와서 더 좋았다”, “양산을 쓰고 걷는 와이탄의 운치가 인상적”, “상하이는 밤에도 흐려도 참 멋지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우산을 쓰고 예원 골목을 산책하고, 신천지 카페에서 모카 한 잔을 마시며, 실내 전망대에서 뿌연 시내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이 변화의 흐름은 곧 ‘날씨에 기대지 않고 공간의 결을 찾는 여행’으로 읽힌다. 상하이를 걷는 일은 단지 관광 그 이상이다. 흐린 하늘과 촉촉이 젖은 길, 그 위에서 시작되는 도심 속 나만의 산책과 사색, 이것이 요즘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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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와이탄#동방명주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