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역전 드라마”…안세영, 왕즈이 꺾고 4년 만에 인도네시아오픈 정상→세계 1위의 위엄

한 번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 끝에 다시 한 번 역사의 현장이 완성됐다. 1게임은 완패, 2게임 초반마저 승부의 추가 기운은 멀어 보였지만 안세영은 바닥부터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승리의 문을 열었다. 현장을 가득 메운 환호 속, 인도네시아오픈 우승 트로피가 4년 만에 다시 안세영의 손에 들어왔다.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4 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삼성생명, 세계랭킹 1위)은 왕즈이(중국, 2위)를 2-1(13-21 21-19 21-1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첫 우승에 이어 올해 정상에 선 안세영은 지난해 결승 패배의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낸 감동적인 무대를 그려냈다.

결승전의 서두는 쉽지 않았다. 왕즈이의 빠르고 강력한 스트로크에 밀리며 1게임을 13-21로 내줬다. 이어진 2게임 역시 초반 1-7, 9-17까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으나, 무너지지 않는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거침없는 수비와 끈질긴 공격 전환으로 연속 포인트를 챙기며 19-18의 극적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21-19로 2게임을 가져왔다. 흐름을 완전히 잡은 3게임에서는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21-15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날 결승은 안세영과 왕즈이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다. 올해만 다섯 번째 국제대회 트로피를 올린 안세영은 올 시즌 왕즈이를 상대로도 연속 강세를 이어가며 세계 1위의 자리를 더욱 굳혔다. 이번 대회에서 남자 복식도 빛났다. 서승재-김원호 조가 인도네시아의 사바르 구타마-모 이스파하니 조를 2-1로 제압, 금메달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한국 배드민턴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안세영은 “끈질기게 해보자고 다짐한 것이 우승으로 연결된 것 같아 스스로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승리의 기쁨을 드러냈다. 안세영은 올해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우승에 이어 인도네시아오픈까지 다섯 번째 정상에 오르며, 진정한 세계 최강자의 흐름을 입증했다. 특히 준결승까지 모든 경기를 2-0 완승으로 치른 뒤 맞이한 결승 우승은 선수 본인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벅찬 감동을 안겼다.

한 번의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선수의 뒷모습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번 우승을 통해 세계 랭킹 1위 수성과 함께 파리올림픽 금메달 전망 역시 더욱 밝아졌다. 안세영은 곧 대만 오픈에 나서며 연승가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의 감동은 한여름 밤, 승리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조용한 박수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