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천억 전자전기 수주전 개막”…KAI·한화 vs 대한항공·LIG, 기술 독립 승부
한국 항공방산업계가 전자전 항공기 국산화 사업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1조8천억원 규모의 전자전기 개발 사업 입찰을 앞두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 팀과 대한항공·LIG넥스원 연합이 각각 치열한 수주 경쟁에 돌입했다. 제한적인 해외 기술이슈 속에서 국내 독자 개발 필요성과 업체별 기술 역량이 맞붙으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방위사업청 등 군 당국에 따르면, 방사청은 9월 2일까지 전자전기 국내 개발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받고 오는 10월께 최종 사업자 선정을 예고했다. 총 1조7천775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외국산 중형 민항기 플랫폼(봄바르디어 G6500)을 군사 임무용으로 개조해 첨단 전자전 장비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전자전기는 적의 대공 레이더 및 통신 체계 무력화를 목표로 하는 핵심 무기 체계다. 그러나 까다로운 전자전 장비와 소프트웨어 기술은 미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만이 독점하고 있어 그간 우리 군 역시 외산 장비 의존 탈피와 국산화 요구가 점점 커졌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2030년대 중반까지 독자형 전자전 항공기 확보를 골자로 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입찰엔 두 개 컨소시엄이 참전했다. KAI와 한화시스템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종합개발사 및 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국산화 경험을 내세웠다. KAI 관계자는 "체계개발과 감항인증 모두를 국내에서 단독으로 수행할 개발 주체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업을 토대로 KF-21 확장형 전자전기 'KF-21 EX' 개발까지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KF-21 탑재 레이더 개발 등 핵심 전자전 장비 기술력을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LIG넥스원은 군용 항공기 개발·정비 이력과 고난도 민항기 개조 역량을 내세워 맞섰다. 대한항공은 "수천 명의 전문 인력, 정부 인증 격납고, 독자 비행시험 능력 등 축적된 노하우로 개조·수리 업무 일체를 단독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1976년 이후 미군 등 전 세계 5천500여 대의 항공기 제작 경험을 쌓았다"고도 강조했다. LIG넥스원은 KF-21, 신형 백두정찰기, 소나타 함정용 전자전 장비 등 전략무기 분야에서의 전자전 개발 노하우를 자산으로 제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업이 첨단 항공방산 분야 기술 독립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국내에 없는 첨단 체계를 개발하는 만큼, 서두르기보다는 안정적인 시험·개발로 적기 전력화가 목표"라며 "군이 요구하는 최적의 성능과 비용을 충족하는 장비 선정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기술력·개발 경험이 입찰 평가에서 어떻게 반영될지에 따라 방위산업 생태계 내 주도권 경쟁 역시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군 당국은 10월 최종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투명하고 엄정한 심사를 거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