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발언 충격”…엔비디아 3% 급락, 미중 갈등 여진에 글로벌 반도체 흔들→투자 불안은 어디로
5월의 뉴욕 밤거리가 한껏 내려앉은 채, 월스트리트 전광판 숫자들은 흔들리는 전선을 타고 파동처럼 퍼져 나갔다. 기술과 자본, 그리고 무역의 거대한 광장에서 열린 하루의 종가는, 긴장과 불확실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남긴 그림자를 다시 한 번 선명히 새겼다.
전날 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온라인 공간에 남긴 한 문장은 시장을 단숨에 요동치게 했다. “중국이 우리와 합의를 전적으로 위반했다”는 그의 발언은, 90일간 관세율을 115%포인트 낮추기로 한 미중 간의 합의에 강한 의문을 던졌다. 그의 목소리가 번져가자, 엔비디아 주가는 강풍 맞은 곡식처럼 휘청거리며 순식간에 5% 넘게 내렸다. 그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때쯤에는 낙폭이 조금 좁혀졌지만, 결국 이날 2.92% 하락하며 135.1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 파장은 실리콘밸리와 타이베이, 그리고 월가를 넘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대만 TSMC 역시 1.94% 내렸고, AMD와 퀄컴도 각각 2%씩 떨어졌다. 반도체 업계의 기준점이라 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전일 대비 2.11% 내림세를 기록했다. 극한의 긴장 속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메타는 위태롭게 소폭 상승 곡선을 그렸으나, 아마존과 구글은 0.34%, 0.06% 하락해 회색 구름 아래 무게를 더했다.
기술주의 파도는 전기차 업종에도 밀려왔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테슬라조차 이 날 3.34% 떨어져 346.46달러에 숨을 고르고 말았다. 투자 심리는 미중 협상의 불확실성을 곱씹으며 차갑고 조심스러운 온도로 식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의 중심에 미중 갈등이라는 구조적 그림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와 의심, 협상과 긴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되는 구도 속에서, 시장은 주요 기술주 실적 발표 일정과 관세 정책에 관한 추가 발언을 기다리며 점차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무역 충돌은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업종, 심지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주식시장에도 불안한 물결로 번진다.
향후 시장의 눈길은 트럼프와 시진핑의 발언, 그리고 주요 기술주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 날짜에 집중될 전망이다. 미중 관계에서 새롭게 펼쳐질 한 줄기 발언, 그리고 세계 자본 시장의 움직임을 가늠하게 될 기업 실적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또 한 번 깊이 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워싱턴과 베이징, 그리고 월가 아래 수놓인 침묵마저도 숨 막히는 여운 속에서, 시장은 미지의 미래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