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을 쓰고 춤을 춘다”…안동에서 만나는 세계의 리듬과 일상
요즘은 일상 속에서 비일상적 순간을 찾는 이들이 많다.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공간, 예전엔 낯설고 멀게 느껴졌던 축제였지만 지금은 가족, 친구, 연인 모두에게 흥미로운 가을의 여정으로 자리잡았다.
경상북도 안동에서 2025년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열리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국내외 탈춤 예술가와 관객이 한데 모여 일상을 전환해준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빛나는 ‘한국의 탈춤’ 공연단 17팀, 그리고 28개국에서 초청된 33개 해외팀이 펼치는 춤사위는 관객의 발걸음을 무대 앞으로 이끈다. 수십 개 나라의 탈과 춤, 삶의 서사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런 변화는 현장에서도 오감으로 채워진다. 거리에는 시민과 예술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동난장’이 벌어지고, 각자의 탈을 만들어보거나 흥겨운 춤을 따라 배우는 체험 프로그램이 곳곳에 열려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함께한다. 축제 현장을 찾은 이아름(35) 씨는 “탈을 쓰고 무대에 올라보니 새삼 내가 누구인지 묻게 됐다”고 고백했다. SNS에는 축제 인증사진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체험형 지역 축제’에 대한 선호도가 최근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관계자는 “탈과 춤은 전통과 현대, 나와 타인을 연결해주는 매개”라며, “이런 축제는 세대와 국적의 경계를 허문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커뮤니티에는 “평소엔 보기 힘든 외국 퍼포먼스가 신선하다”, “아이와 함께 탈을 만드는 시간이 특별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만든 탈로 직접 춤을 추니 어릴 적 동심이 살아난 것 같다”는 후기도 인상적이다.
축제장 한켠에는 오직 안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와 지역 예술품이 줄지어 있다. 전통이 현대에 녹아드는 거리 풍경, 낯선 타인의 춤에 어깨를 들썩이다 보면 어느새 ‘나’와 ‘우리’의 경계가 흐려진다.
탈을 쓰는 일은 일상의 얼굴을 잠시 내려놓는 용기이기도 하다. 작고 익살스러운 무대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자기, 새로운 감정과 취향을 만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흐름으로 번져간다.
크고 작은 탈놀이는 삶을 조금씩 유연하게 만든다. 오늘 안동에서 시작된 환희와 자유의 몸짓은, 언젠가 우리 모두의 일상으로 번져갈지 모른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