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바이오 클러스터 확대”…신성장 허브 두고 격전
바이오 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새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송도, 판교 등 기존 클러스터에 대응하는 '바이오 허브' 조성에 박차를 가하며, 대형 프로젝트와 기업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을 차세대 미래산업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현재 경기 시흥시, 서울시 노원구, 대전시 등은 각각 대형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청사진을 내걸고 있다. 시흥시는 배곧지구에 세계 1위 바이오 특화단지 구축을 내세우며, 2029년 준공 예정인 시흥배곧서울대병원 착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종근당과 2조2000억원 규모의 바이오 복합 연구개발단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종근당은 약 7만9800㎡ 규모 부지에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집적단지를 구축해 R&D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바이오의약품 복합단지는 신약개발, 효소 설계, 정밀 분석 등 첨단 R&D와 임상시험 인프라가 결집되는 구조다. 이민화·상업화·글로벌 인증 등에서 기존 입지와 차별성을 내세우며, 산·학·연·병·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시흥은 배곧대교 건설을 통해 인근 송도와 연계, 원부자재 수출입 인프라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러한 복합단지 모델은 이미 미국 보스턴, 일본 오사카 등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 사례와 비견될 수 있다.
서울 노원구도 제조·임상·데이터 기반의 통합 플랫폼인 '서울 디지털바이오시티'(S-DBC) 건립을 본격 추진한다. 창동차량기지 일대 24만7933㎡ 부지에 디지털 바이오 기업 집적단지를 조성해 수도권 바이오·의료 허브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GTX-C 등 신규 교통망 확충과 인천공항 접근성 개선 효과까지 더해 입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도 이어진다. 대전시는 독일 바이오 대기업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 유치로 시동을 걸었다. 약 4만3000㎡ 규모, 3억 유로(약 4200억원) 투자를 받아 원부자재 기반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한다. 이로써 대전은 국제 과학비즈니스 허브 기능을 확대하며 해외 자본, 글로벌 R&D와 연계하는 성장 토대를 마련한다.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전략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주도해온 송도, 신흥 IT·바이오 융합 모델을 표방한 판교의 바통을 이어받는 형태다. 각 지자체는 행정지원을 바탕으로 대형 병원, 연구 중심 기업을 집결시키는 방식으로 집적 효과 극대화를 꾀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바이오 산업은 도시 간 인프라·인재·정책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이라며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선 규제완화, 맞춤형 투자, 산학연 협력모델 보강이 필수"로 보고 있다.
바이오 클러스터 성장에 따라 산업 분야별 융합, 미니클러스터화, 데이터 기반 R&D, 해외기관 협업 확장 등 전국 단위 변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근 강화되는 임상, 데이터, 환경규제에 대한 능동적 대응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지목된다.
산업계는 거점 클러스터가 실제 생태계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 네트워크 삼박자가 균형 있게 작동해야 바이오 산업 신성장 사이클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