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나이프, 신분 도둑 셰프의 검붉은 밤”…출발비디오여행, 섬뜩함에 압도→차가운 진실 쏟아져
불 꺼진 주방의 적막함 속, 셰프 라이언은 모든 것을 잃은 듯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남미 화려한 별장의 주인이자, 상위 1%의 세련된 만찬장으로 밀어 올렸다. 닉 스탈과 탐신 토폴스키, 랜디 바스퀘즈가 호흡을 맞춘 니콜라스 톰네이 감독의 ‘블러드 나이프’는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남의 삶을 훔친 남자, 그리고 그 선택으로 퍼져나가는 냉혹한 공포를 정면에 담아낸다.
도박 빚에 몰린 셰프 라이언은 유일한 탈출구로 요리학교 시절의 룸메이트 잭을 선택한다. 남미의 이국적 별장, 상류층만이 들를 수 있는 공간에서 우연한 비극과 사건이 그를 잠식한다. 잭의 사망을 목격한 라이언이 결국 그의 신분을 빼앗으면서, 삶과 죽음, 정체성과 탐욕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진다.

겉으로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만찬을 차리는 셰프, 그러나 화려함 이면에는 되돌릴 수 없는 폭력과 두려움이 서렸다. ‘블러드 나이프’는 상위 1%를 위한 가장 잔혹한 만찬이라는 키워드로 시청자에게 인간욕망의 끝자락을 내밀었고, 진실의 냉혹함 앞에서 긴장과 전율을 증폭시켰다. 스릴러와 공포의 장르적 경계를 넘나드는 이 영화는 복잡한 감정선과 일그러진 인간관계를 강렬하게 그려냈다.
니콜라스 톰네이 감독의 연출력, 배우진의 입체적 연기가 시너지로 빛을 발하며, 삶의 심연과 선택 뒤에 놓인 책임까지도 관객에게 긴 여운으로 남겼다는 평가다. 차가운 진실이 쏟아진 ‘블러드 나이프’의 서사는 다시 한번, 우리가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지 되묻게 했다.
매주 일요일 낮 12시 5분에 방송되는 출발비디오여행을 통해, ‘블러드 나이프’의 깊고 음험한 세계가 재조명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