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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구 수용 땐 탄핵·금융위기”…이재명 대통령, 관세협상 정면충돌 시사
정치

“미국 요구 수용 땐 탄핵·금융위기”…이재명 대통령, 관세협상 정면충돌 시사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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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과 워싱턴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관세 및 투자 조건이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간 협상 전략과 한미 동맹 미래를 둘러싼 긴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천500억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지난 18일 미국 시사잡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했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발언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상호 관세 15%와 3천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안에 합의했으나, 미국 측이 현금 직접 투자 비중 확대와 통화 스와프 미체결을 고집하면서 협상은 현재 교착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원·달러 환율과 외환시장 안정을 들어 통화 스와프 체결을 미국에 제안했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연이은 강경 발언은 국내외 여론을 환기시켜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IMF 사태 등 한국 사회에 각인된 상징적 위기 용어를 동원하며, 이번 합의가 국익에 미칠 파장을 강하게 경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통화 스와프 없는 협상 불가론’과 ‘강경 대응’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한미 동맹 내실화와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야당은 “국익을 지키려면 협상에서 원칙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구조상 대규모 현금 인출 요구는 금융 안정성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며, “대통령의 신호가 미국에 실질적 협상 압박이 될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관세 협상과 별개로 이재명 대통령은 자주 국방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하며, 한미 군사 동맹 재조정 논의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는 굴종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가 안보는 외부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동맹 현대화 압박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요구가 겹치자, 정부는 “한국의 역할 확대는 동의하지만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태세 약화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북정책에서는 ‘3단계 비핵화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BBC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이 북미 대화의 현실적 첫걸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시적 핵 동결에 합의할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나아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일정 부분 중단한다면 ‘부분적 보상도 고려한다’고 밝혀, 북미 대화 장을 넓히는 데 힘을 실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3단계 비핵화론은 과거의 낡은 숙제장을 베낀 복사판”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 대화 모멘텀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북미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한국 정부가 국면 전환의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반대로 대화 타결 시 ‘한국 패싱’ 우려도 함께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북미 대화 구상에 주목하며, 여야의 입장 차와 외교적 셈법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과 자주국방, 대북 정책이 동시에 맞물린 복합적 정국에서 정부와 국회의 후속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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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한미관세협상#3단계비핵화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