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장터부터 빛축제까지”…구로의 가을밤, 경계 없는 축제의 물결
가을 저녁, 안양천 변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예전엔 단출한 지역 행사로 여겨졌던 구로G페스티벌이, 이젠 구로구의 모든 세대와 국적을 아우르는 대표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도시의 일상에 스며든 이 다채로운 축제는, 특별한 날이 아닌, 모두의 일상이 되는 중이다.
요즘 구로구 거리에는 축제 인증 사진이 쏟아진다. 푸드트럭에서 줄을 서는 사람들, 대형 무대 음악공연과 환하게 빛나는 조명 아래에서 춤추는 아이들, 그리고 다양한 언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모습까지, 현장은 이미 서울 서남권 최고의 문화 교류의 장이 됐다. 구로구민 김나연 씨(36)는 “여기 오면 누구 하나 소외되는 느낌이 없어서 너무 좋다”며 “외국 친구들과 함께 걷는 밤길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익숙해졌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구로G페스티벌은 2003년 첫 개최 이후, 2016년부터 아시아 문화축제를 아우르며 점점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모았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비율은 서울시 전체 평균을 앞지른 바 있다. 축제 현장엔 아시아 각국의 음식 부스와 전통공연, 민속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아티스트와 지역 동아리의 참여도 눈에 띈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플리마켓과 주민자치 프로그램까지 더해져, 축제의 주인은 관객이자 이웃이 된다.
트렌드 분석가 정지은 씨는 “구로G페스티벌의 본질은 교감과 존중에 있다”며 “일상의 공간을 모두가 어울리는 문화무대로 바꾼 건, 축제를 주체적으로 끌어나간 지역 주민과 이방인의 경계 없는 우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축제 기간엔 ‘이웃이 된 아시아인’, ‘엄마와 아이가 함께한 첫 빛축제’ 같은 스토리가 SNS에서 화제가 된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시작한 참여가, 매년 기다려지는 인생의 에피소드가 됐다”는 후기도 이어지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구로에 이런 큰 축제가 있는 줄 몰랐다”, “나도 내년에 가족, 친구와 같이 가고 싶다”는 목소리들이 이어진다. 먼저 축제에 다녀온 시민들은 먹거리장터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각국 음식, 어울마당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특별한 기억으로 남긴다. 어느덧 구로G페스티벌은 나이, 국적, 취향을 넘어 ‘함께 즐기는 구로의 라이프’ 그 자체가 됐다.
축제는 단지 지역의 이벤트를 넘어서, 서울의 일상이 여럿의 색으로 물드는 순간을 보여준다. 서로가 다르기에 더 재미있고, 또 그래서 더 연결되는 시간.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작고 소란스러운 축제의 밤, 우리는 그곳에서 익숙함과 새로움이 어울리는 진짜 삶을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