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에 마음이 흔들린다”…거리마다 풍물 울리는 부평의 가을
요즘 부평 거리에 풍물 소리가 다시 울린다. 예전에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들을 수 있었던 북소리와 꽹과리 가락이, 이제는 도심의 일상 한복판에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익숙한 골목이 축제장으로 바뀌는 순간, 부평은 다시 한 번 모두의 마당이 된다.
9월의 마지막 주말, 인천 부평구 중심에서 펼쳐지는 부평풍물대축제는 올해로 29회를 맞는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익숙한 이 축제는, 세대를 잇는 문화 계승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부평대로 전체를 아우르는 대동퍼레이드와 다양한 거리 예술 프로그램 때문에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젊은 층도 매년 발길을 멈춘다. “아이 손을 잡고 거리에 나서면 그냥 신나서 걷게 된다”는 이웃의 고백처럼, 축제 자체가 지역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부평풍물대축제의 방문객 수는 해마다 늘고, ‘참여형’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이 높아졌다. 부평만만세, 댄스 온 스트리트, 보이스 온 스트리트처럼 구경만 하던 축제에서 이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공간으로 변모한 분위기가 반영된다. 또, 전국학생풍물경연대회 같은 무대에서는 어린 세대가 전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축제를 ‘도심 속 공동체 예술의 회복’이라 부른다. 김진호 지역문화연구소장은 “풍물은 본래 마을의 경계를 허무는 예술이다. 축제에서 한데 어울리는 경험이 부평만의 지역색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실제로 무대를 찾은 시민들도 “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명절 같은 시간”이라 표현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거리 한가운데 북소리가 들리면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이와 함께 솟대 앞에서 춤췄다”는 등, 평범한 주민들이 주고받는 일상적 이야기엔 부평의 자부심이 배어 있다. 먹거리는 올해 행사장 현장 판매 대신 인근 상권에서 즐기도록 바뀌었지만, 오히려 “지역 가게도 다시 알게 되는 계기”라는 호평도 있다.
오래된 풍물이 다시 거리를 물들이는 시간, 그 안엔 공동체의 힘과 예술의 기쁨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