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비 예측 빗나가”…러시아, 서방 제재 속 성장 둔화에도 견조
현지 시각 21일, 영국(Europe)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서방 국가의 잇따른 대러시아(Russia)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가 2023년과 2024년 모두 기대를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공개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로 둔화됐으나, 노동시장 부문은 실질임금 최고치, 실업률 최저치를 경신하며 견조함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의 둔화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만 서방국가의 추가 제재가 실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현지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상황은 유럽연합(EU)과 미국(USA)의 대러시아 제재 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나타났다. 2022년 우크라이나(Ukraine) 전쟁 이후 EU는 무려 19차례에 걸쳐 제재 방안을 마련했고, 미국도 5000명 이상의 개인·기관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서방은 이번에도 대규모 금융·무역 제약 조치를 단행했지만, 러시아는 비동맹 제3국 환적, 국제 자금 추적 우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충격을 완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경제는 전쟁 직후 일시적 침체를 겪은 뒤 2023년부터 호조를 보여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GDP의 약 5%를 재정에 투입해왔고, 최근에는 완만한 재정 건전화와 금리 정책 완화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2023~2024년의 경제 파티가 끝났다”고 표현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에서 서서히 완화로 정책 방향을 바꾼 것도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외신들은 노동시장이 아직 본격적인 침체에 진입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실질임금은 사상 최고 수준이며, 실업률은 역대 최저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은 경기 전반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내부의 고용과 생계 기반이 견실함을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경제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추가 제재에도 자신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제 충격을 일부 해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 트랙킹 우회와 환적 등의 전략은 단속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러시아의 성장 둔화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 나서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지만, 단기간 내 평화협상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러시아의 대응력은 향후 글로벌 경제 질서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국제사회가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국제 제재 체계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러시아의 장기 성장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