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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압박 여전”…트럼프, 한미 무역합의에도 ‘비관세 장벽’ 논란 격화
정치

“농산물 압박 여전”…트럼프, 한미 무역합의에도 ‘비관세 장벽’ 논란 격화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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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과 디지털을 둘러싼 비관세 장벽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가 격돌했다. 한미 통상 협상의 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추가 압박 가능성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산업계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쌀 등 농업 시장 추가 개방 문제, 온라인 플랫폼법·구글 지도 등 디지털 현안이 교차하며 한미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3일 정부와 통상 소식통에 따르면, 7월 30일(현지시간) 타결된 한미 무역 합의의 핵심은 한국이 총 4천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및 구매 패키지를 미국에 약속하고, 대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자동차 관세는 15%로 낮추는 데 있다. 그러나 양국은 농산물·디지털을 비롯한 비관세 장벽 쟁점은 구체적으로 매듭짓지 못했고, 투자·구매와 관세 인하에 초점을 맞춰 큰 틀의 프레임워크를 구성한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트루스에 “한국은 미국에 완전히 무역을 열기로 동의했다. 그들은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한국이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 측이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압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강한 부인을 거듭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수석, 구윤철 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한목소리로 “쌀을 포함한 농산물 분야에서는 아무런 합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미국 측과 한국 쌀 시장의 추가개방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미국 내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수사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과의 협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 쌀 수입 확대 수치까지 내세웠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모호하게 ‘시장 개방’만을 거론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농업 시장의 추가 개방 및 비관세 장벽 관련 미국의 실질적 요구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구윤철 부총리는 “앞으로가 문제인데, 사람들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얘기하지 않느냐”며 “미국과의 세부 협상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이번에 위기를 넘겼지만 언제 다시 관세나 비관세 압박이 들어올지 알 수 없다”며 “국내 제도 정비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최대 현안 중 하나였던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외에도, 한미 협상을 불씨 삼아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구글 정밀지도 반출 등 디지털 정책 문제가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합의를 비관세 장벽 논란의 종식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정치권 일각에서 “미국이 온라인 플랫폼법 문제에 더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단정적 해석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국회와 정부는 농산물 및 디지털 현안을 둘러싸고 한미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 만큼, 향후 한미 정상회담과 실무 협상에서 세부 내용 협의와 국내 민심 관리에 대해서도 치열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향후 대미 통상 협상에서 농업·디지털 분야 추가 개방 압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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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한미무역합의#비관세장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