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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 모녀의 숨결 위로 번지는 갈망”…영화 ‘홍이’ 내면 폭풍→관객 마음 흔든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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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게 번지는 장선의 미소는 곧 우울의 그림자와 마주하며 관객의 숨을 멎게 했다. 영화 ‘홍이’에서 장선은 스스로 감추려던 내면의 결을 용기 있게 드러냈고, 칼날처럼 예리한 현실과 무뎌진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녀의 복합적인 정서를 입체적으로 끌어올렸다. 

 

‘홍이’는 어느 날 요양원에 있는 엄마 서희(변중희 분)에게 목돈이 있음을 알게 된 뒤, 다시 새로운 동거를 시작하는 서른 즈음의 홍이가 마주하는 가족의 서사다. 장선은 포기할 수 없는 갈망에 휩싸인 채 세상의 벽과 싸우고, 그 속에서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아픈 존재임을 고백한다. 무심함과 애틋함이 교차하는 대사 하나, 침묵 너머 떨리는 눈빛 하나하나에 장선 고유의 내면 연기가 살아 숨쉰다. 

“치밀한 내면 연기”…장선, ‘홍이’서 흔들리는 모녀의 시간→관객에 깊은 울림 / 에무필름즈
“치밀한 내면 연기”…장선, ‘홍이’서 흔들리는 모녀의 시간→관객에 깊은 울림 / 에무필름즈

특히 변중희와의 투샷은 압도적이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 치유하려 애쓰는 모녀의 복잡한 감정을 장선은 극적 긴장과 섬세한 공감으로 엮어냈다. 스치듯 지나간 갈등의 순간에도 공허한 표정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며, 관객 모두를 그들의 이야기 한가운데로 이끌었다.

 

‘S라인’, ‘은중과 상연’, ‘살인자ㅇ난감’ 등 다양한 장르에서 빛을 발했던 장선은 이번 ‘홍이’에서 한층 확장된 연기 폭을 입증한다. 현실과 상처, 그리고 희망이라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오롯이 끌어안으며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모녀의 오래된 갈등이 해묵은 거울조각처럼 부서지고, 다시 새살처럼 아물어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 모두가 자신의 인연과 상처를 돌아보게 된다.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등 일찌감치 작품성을 입증한 ‘홍이’는 지난 24일 공식 개봉해 현재 전국 극장에서 뜨거운 입소문을 이어가고 있다. 장선과 변중희의 진한 호흡은 결국 스크린을 넘어 각자의 어머니와 딸에게,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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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홍이#변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