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 번 주사로 한 달 효과”…지투지바이오·펩트론, 약효지속성 주사제 주도권 경쟁
IT/바이오

“한 번 주사로 한 달 효과”…지투지바이오·펩트론, 약효지속성 주사제 주도권 경쟁

정유나 기자
입력

약효를 한 번의 주사로 장기간 유지하는 약효지속성 의약품이 IT·바이오 산업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기술 혁신과 시장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는 약효지속성 주사제 시장 선점을 신약 및 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평가한다.

 

GLP-1 계열 약효지속성 주사제의 2023년 기준 시장 점유율은 85%에 달했으며,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70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GIP·GLP-1 약물의 연평균 성장률이 23~26%에 이르러 2029년 106조원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암젠 역시 월 1회 투여로 효과가 지속되는 비만치료제 '마리타이드'를 개발하는 등 환자 편의성 혁신 경쟁이 확산되는 추세다.

약효지속성 주사제의 핵심은 '약물전달 시스템(DDS)' 기술이다.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구조를 활용해 약물이 체내에서 천천히 방출되며, 환자가 매일 약을 복용할 필요 없이 주 1회, 월 1회, 분기 1회 등 투여 간격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덕분에 고령 환자나 복약 순응도가 낮은 만성 질환자에서 치료 효과와 생활의 질 모두를 끌어올릴 기술로 평가된다.

 

지투지바이오는 최근 코스닥 상장 추진을 계기로 자사 미립구 기반 약효지속성 주사제 플랫폼 ‘이노램프’를 공개했다. 이노램프는 대량생산, 고함량 약물 적재, 높은 생체이용률 등 기존 미립구 제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경쟁 제품 대비 2배 이상 약물을 고함량으로 실을 수 있는 점이 차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비만·당뇨치료제 관련 특허 94건 확보 등 지식재산(IP) 장벽도 구축했다. 제2 GMP 공장 완공 시 연 700만명분의 세마글루타이드 생산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 생산기지를 갖추게 된다는 전략이다.

 

펩타이드 신약 개발 강자인 펩트론은 주사 빈도를 월 1회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로 차별화 중이다. 초음파 분무건조 방식의 균일 미립구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를 적용한 1개월 지속 전립선암·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이 2024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았다. 오송바이오파크 내 자체 생산 시설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 상업화 기반도 넓혔다. 현재 당뇨·비만 치료용 신규 후보 ‘PT403’도 개발 중이며, 세마글루타이드 주성분 장기지속 주사제 관련 특허를 한국과 호주에서 취득했다.

 

인벤티지랩은 독자적 'IVL-DrugFluidic' 마이크로스피어 플랫폼으로 한 달 이상 약효가 유지되는 당뇨·비만 치료제(IVL3021)를 개발하고 있다. 고분자 스피어를 통한 API(주성분) 서방화로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 지속성을 높였다. 2024년 2월 백신 및 CDMO(위탁개발생산) 전문기업 큐라티스 지분 인수를 통해 GMP 생산 기반까지 확충했다. 이후 큐라티스와 70억원 규모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전용 생산설비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당뇨·비만치료제의 약효 지속 경쟁은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등 미국·유럽 대형 바이오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미립구 기술, 생산설비, 특허 장벽에서 빠르게 대형화·선진화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 기술의 글로벌 약효지속 주사제 시장 진입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약물전달 플랫폼 및 바이오약 생산시설에 대한 허가·품질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기술성 평가 및 GMP 인증 조건을 면밀히 확인 중이다. 실제 미립구 의약품 관련 품목허가 진행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설비·공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글로벌 수출을 위해선 미국 FDA, 유럽 EMA와의 규제 공조도 필요하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신약 패러다임 전환 속도와 생산기반 확대가 약효지속성 의약품 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로 본다. 실제 의료 현장 적용이 확산되면 만성질환 치료체계 자체를 바꿀 핵심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지투지바이오#펩트론#인벤티지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