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단수 지시 논의…소방청장, 이상민과 통화 후 당황” 이 전 장관 내란 공판 증언 파장
정치적 충돌의 한가운데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관련 내란 주요 혐의 공판에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소방청장과의 통화 직후 소방 내부 회의에서 ‘단전·단수’ 지시 관련 언급이 퍼져나온 정황이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학근 소방청 장비총괄과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통화한 뒤 “단전·단수가 우리 소방의 임무냐, 우리가 할 수 있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 과장은 “허 전 청장이 특정 언론사를 메모했으며,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를 실제로 지시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밝혔다.

실제 증언에 따르면 당시 회의장에서는 통화 도중 허 전 청장이 조용히 할 것을 지시했고, 이후 곧바로 단전·단수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김 과장은 “허 전 청장이 통화 중에 MBC, 한겨레, JTBC 등 언론사 이름을 되뇌며 메모했다”고 전하며, “참석자들 모두 당황하는 기류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황기석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과 조선호 전 경기소방재난본부장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황 전 본부장은 “12월 3일 오후 11시 40분께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이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조해달라’고 두 차례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허 전 청장 역시 상황관리 당부와 함께 경찰협조 요청 여부를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본부장은 “비상계엄 이후 소방 내부에 ‘계엄 때 청장이 장관에게 단전·단수 전화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증언을 두고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유사한 계엄 발동과 언론 통제가 실제로 논의됐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소방청 내부의 혼선이나 회의 분위기가 과장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측은 증인신문 순서를 문제 삼으며 재판부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은 “허 전 청장 진술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결정적 쟁점은 ‘경찰 협조 요청이 오면 협조하라’는 부분이므로, 경찰청장 신문이 먼저 이뤄져야 허 전 청장 신문의 맥락이 분명해진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11월 10일 조지호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11월 17일 허 전 청장과 이영팔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공판은 비상계엄 선포와 언론 통제 관련 실제 지시의 실체를 둘러싼 증언이 이어지며, 향후 재판 결과와 정치적 파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