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 억제제, 반려견에 첫 적용”…대웅제약, 동물 당뇨신약 허가 도전
SGLT-2 억제제 기반 치료제가 반려견 당뇨 관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대웅제약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세계 최초의 반려견용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펫’(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에 대한 품목허가를 제출했다. 해당 기술은 인체용 당뇨신약 ‘엔블로정’을 동물에게 맞는 용량으로 재구성해, 임상 연구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허가 시도가 ‘반려동물 맞춤 신약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대웅제약은 2022년 2상 결과를 공개하고, 2023년부터 3상 임상을 진행해 올해 실증 데이터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임상 3상에서 ‘엔블로펫’을 투여한 반려견의 73.3%는 혈당 조절 지표인 프럭토사민 수치가 의미 있게 감소했고, 60%는 당화혈색소(HbA1c)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인슐린 사용량이 안정화 또는 감소해, 단독 인슐린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병용 치료제의 역할이 부각된다.

기존 반려견 당뇨병은 인슐린 단독 투여 방식에 의존했지만, 인슐린 조절 실패 시 케톤산증이나 저혈당 등 잠재적 위험이 높다는 점이 현장 과제로 지적돼 왔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 존재하는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를 차단해, 여분의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혈당을 낮춘다. 대웅제약은 이를 통해 인슐린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혈당 관리의 안전성을 높였다는 점을 내세운다. 특히 투약 후 인슐린 필요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기존 치료 알고리즘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보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글로벌 동물용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2023년 기준 5억4700만 달러(7374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3년 11억 달러(1조485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다국적 동물의약품사들도 관련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SGLT-2 억제제 계열 제품의 상업적 허가 신청은 대웅제약이 처음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도 병용 치료제 확보 움직임이 감지되는 만큼, 선점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동물의약품에 대한 규제 심사가 상대적으로 엄격히 이뤄지고 있으며, 안전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입증한 임상 근거 확보가 당국 허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도전을 디딤돌로 삼아 아토피 등 반려견 적응증을 추가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동물의약품 기업들과 기술수출 협상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박성수 대표는 “엔블로펫이 인슐린 병용처방의 새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동물 당뇨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전망된다”며 “SGLT-2 억제제 기전을 활용한 다양한 동물 신약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약 허가 여부에 따라 국내 동물 신약 연구 생태계의 진입 장벽과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신약의 실제 시장 안착과 후속 파이프라인 확장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