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무대로 그리다”…서리풀뮤직페스티벌 10주년, 예술과 음악에 물든 서울의 밤
요즘 도심 한복판에서 음악과 예술을 몸소 경험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 축제와 시민 참여형 아트가, 이젠 서울의 일상이 됐다. 축제의 방식이 바뀌면서, 아스팔트 위에 무릎을 꿇고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서리풀뮤직페스티벌’은 서울 서초구의 대표 도심형 예술축제로 자리를 굳혔다. 축제 기간에는 반포대로 10차선이 음악과 그림을 나누는 열린 무대로 변신한다. SNS에는 이미 ‘지상최대스케치북’ 완성샷이 속속 올라오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신만의 색깔로 도시를 채운다. 2015년 첫 개최 이후 누적 120만 명의 발길을 사로잡은 이 축제는, 세대를 뛰어넘는 합창과 재즈, 가족 단위 거리 공연은 물론 K-POP 콘서트, 불꽃놀이까지 아우르며 ‘누구에게나 열린 무대’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해마다 축제 방문객은 꾸준히 늘었고, 음악과 체험을 결합한 도심형 예술축제 시장도 성숙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 예술인에 머물던 무대가 시민 모두의 일상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서리풀뮤직페스티벌의 인기 비결은 ‘참여와 공감’에 있다. 10만 개의 분필로 도시를 그리는 집단 퍼포먼스, 어린이 감성 키우는 키즈 클래식, 지역 문화기관·예술단체의 로컬 무대까지, 이곳에선 누구든 예술가가 된다.
아트마켓, 포토존, 음악공연 등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부스도 풍성하다. 실제로 “음악이 흐르는 저녁 거리에서 아이와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릴 때, 내 삶이 더 환해지는 것 같았다”는 체험담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어지고, “올해는 가족과 함께 직접 도시를 그려보고 싶다”는 기대감도 곳곳에서 표현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생활 예술의 확장’이라 해석한다. “예술이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의 소유였던 시대는 끝났다. 도심의 축제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는 문화예술기획자의 생각에는 도시의 미래상이 담겨 있다.
서리풀뮤직페스티벌은 그만큼 삶의 방식까지 바꾼다. 축제 기간 짧은 만남이 일상을 환기시키고, 도심의 밤이 더 이상 딱딱한 회색이 아닌 위로의 리듬으로 스며든다. 누군가에게는 가족과의 추억을,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선물하는 시간. 결국, 작은 예술 경험이 쌓여 삶의 태도까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해도 서울의 심장부에서 펼쳐질 이 축제는, 누구나 예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