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이글 퍼트 작렬”…김민솔, 2부 돌풍→19언더 KLPGA 신데렐라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 포천힐스 컨트리클럽, 이날 18번홀 그린에는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챔피언조 맨 앞에 선 김민솔이 11미터의 내리막 S자 이글 퍼트에 집중하자, 수많은 시선이 한곳에 쏠렸다. 퍼터 헤드가 조심스럽게 볼을 밀어내자, 공은 예리한 궤적을 그리며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코어보드는 단숨에 19언더파 269타로 바뀌었고, 김민솔은 생애 처음 정규 투어 우승의 순간을 품에 안았다.
김민솔은 24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쟁쟁한 1부 강자들을 모두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올해 드림 투어에서 4승을 올리며 2부 최강자로 불렸던 김민솔은 추천 선수로 참가한 이 대회에서, 1부 데뷔 첫 경기부터 압도적인 리더보드를 지켰다. 3라운드까지 흔들림 없이 선두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날 15번홀에서 1타를 잃으며 한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선 굵은 플레이로 곧바로 16·17번홀 연속 버디에 성공해 우승 경쟁을 다시 주도했다.

마지막 18번홀 파5에서 터진 11m 거리의 이글 퍼트는 관중과 동료선수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민솔은 절박했던 순간마다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흐름이 끊길 듯한 접전 양상에서도 흔들림 없는 샷 감각을 보여줬다. 우승 뒤엔 “정규 투어 열린 챔피언조에서 처음 경기를 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다. 2022년 LPGA 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 공동 10위, 2023년 KLPGA 교촌 레이디스오픈 준우승에 이은 대형서사였다. 특히 KLPGA 투어 추천 선수의 우승은 2019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유해란) 이후 6년 만으로, 2부 소속 선수가 1부 정상을 밟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민솔 역시 “작년 시드순위전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아 드림 투어로 내려왔지만, 많은 분의 응원 덕분에 성장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기다림과 성장의 시간이었다. 올 시즌 드림 투어에서 이미 4승을 쌓은 그는 어느새 상위권을 위협하며 1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민솔은 “오늘 이글 퍼트가 들어가니 스스로도 놀랄 정도”라며 “날씨와 코스 경사, 체력까지 감안해 차분히 공략했고, 끝까지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김민솔은 오는 9월부터 1부 투어 출전 자격을 확보했다. 조심스러운 소감을 전하면서도 “1부 무대는 오랜 꿈이었다. 더 단단해지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후원사와 가족, 동료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한 18번홀 이글 퍼트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상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김민솔의 도전과 집념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날이었다. 경기장에 울려 퍼진 박수는 감동의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했다. KLPGA 투어의 또 다른 변화, 새로운 스타의 등장은 2025 시즌 남은 시합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