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SEC, XRP 소송 마침표 단합의안”…미국 법원 승인 촉구→암호화폐 규제 변화 기로
한동안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던 리플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분쟁이, 이제 마침내 꺼져가는 법정의 등불 앞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의 여름 하늘 아래, 연방지방법원 애널리사 토레스 판사에게 양측은 지난 6월 17일, 장기간 이어온 XRP(리플의 암호화폐) 관련 소송 종결을 위한 공동 합의안을 제출하며 긴 소송의 종지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합의안의 맥락에는 굳은 결의가 담겼다. 양측은 기나긴 법적 다툼을 종식시키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넘어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법적 선례 수정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번 판결이 디지털 자산 소송의 미래에도 지속적인 구속력을 지닐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리플은 합의가 과도한 항소 위험을 줄이면서, 회사에 부과되는 1억 2천 5백만 달러의 민사 벌금도 조정하는 포괄적 안을 담아,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합의 시도의 절차적 미비를 보완하며, 갱신된 합의안에는 법원에 금지명령 해제를 요청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당사자간 분쟁 이상으로,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 전체가 직면한 규제의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리플 측은 이번 소송 절차가 이례적으로 판결과 구제조치 모두에 대한 실질적 심리를 거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이 결말이 유사 소송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SEC 역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정립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신설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 논의의 장에 리플이 적극 참여함을 밝히며, 제도적 변화에 대한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드러냈다.
국제사회, 그리고 미국 내 관련 업계는 이번 합의가 암호화폐 규제 환경을 보다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재편할 단초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리플은, SEC가 최근 “명확한 규칙 정립” 약속을 한 만큼, 이번 법원 승인이 향후 항소심과 하급심의 부담을 줄이고, 다중 해석의 혼돈을 잠재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 전반에 흘러든 변화의 기운 속에서, 리플은 스스로 다른 기업과의 ‘동등한 선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이번 합의는 단순히 분쟁의 종결을 넘어, 미국 규제 역사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SEC와 리플 양측 모두 산업 변곡점 앞에서 적극 대화와 조율에 임한 만큼,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퍼지는 파장이 최소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갈림길 위에 놓인 미국 디지털 자산 규제, 그 미래는 지금 뉴욕의 한 법정 문 앞에서 조용하고 묵직하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