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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레이더 스텔스 설계까지”…KRISS, 핵심기술 국산화 첫 성과
IT/바이오

“AI로 레이더 스텔스 설계까지”…KRISS, 핵심기술 국산화 첫 성과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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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스텔스 기술의 완전한 국산화가 국내 국방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주요국이 군사전략물자로 엄격히 관리하던 ‘레이더 스텔스’의 설계·검증 핵심기술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기술은 무기체계의 은닉성과 자주성을 대폭 끌어올려 한국 국방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도입 국산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KRISS는 국방 분야에서 요구하는 레이더 스텔스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레이돔(Radome)의 ‘주파수 선택 표면(Frequency Selective Surface; FSS) 설계용 소프트웨어’와 ‘전자파 성능 평가장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기술만으로 완성했다. 기존 상용 외산 소프트웨어는 가격과 도입 규제로 활용이 어려운 핵심 분야였다. 레이돔은 항공기나 미사일 등의 레이더·통신 안테나를 보호하며 특정 전자파만 투과시키는 반구형 구조체다. FSS는 이 레이돔에 적용된 필터 역할로, 미세구조 설계가 곧 스텔스 성능으로 직결된다.

기술 핵심은 인공지능(AI)과 병렬계산 기법으로 설계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의 속도와 정밀도를 혁신적으로 높였다는 점이다. 기존 글로벌 상용 시스템 대비 FSS 설계 속도가 50배 빨라졌고, 소프트웨어 도입·운영에 따른 연수억 원대 비용 및 보안 병목이 해소된다. 전자파 성능 평가장비 역시 AI 기반 실시간 해석 엔진을 적용해, 1개월 이상 소요되던 국방형 레이돔 성능 검증시간을 5분의 1(5배 이상 빠름)로 단축했다.

 

이 기술로 향후 국산 무기체계(항공·미사일 등)는 외산 소프트웨어, 측정 장비 없이 전 과정을 내부에서 구현·검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실전 투입까지 걸리는 시간·예산을 줄이는 동시에, 기술 해외유출 우려 역시 크게 낮춘다. 실제 KRISS 기술은 전자파 계측기업 ㈜케이이알에 기술료 5억원 규모로 이전돼 산업화가 본격화된다.

 

특히 이번 성과는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이 수십 년간 독점한 기술의 본격적인 국산화 개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기존에는 고가 수입 소프트웨어, 장비의 접근이 어려워 글로벌 스텔스 시장에서 분리됐지만, 이제는 자체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해외 레이더 은닉·전자파 해석 시장은 미국 ANSYS, CST 등 일부 기업이 점유해왔으나, 국내 기술이 상용제품과 학술적 성과(국제학술지 발표·특허 출원)까지 이어지면서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국방 분야와 달리 모빌리티, 미래 모빌리티, 우주항공, 선박용 레이더 응용 등 민간 첨단산업에서도 활용성이 기대된다. 다만 군사·안보 관련 특성상 고도화된 해킹·데이터 보호 대책, 해외 수출 규제 등 후속 정책과 윤리적 검토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KRISS 홍영표 전자파측정그룹장은 “순수 국내기술로 세계적 난제를 풀었으며, 다양한 산업 현장에 직접 적용 가능성을 대폭 넓혔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무기체계와 첨단 산업에 빠르게 안착할지, 국산화 바람을 이어갈지 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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