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지도 재구성 안 한다”…케임브리지대, 사지 절단 뇌 구조 첫 추적 → 신경과학 재해석
사지 절단 이후에도 뇌가 신체 지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뇌 과학과 신경의학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와 피츠버그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팔 절단 수술 환자의 뇌에서 신체 지도가 유지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기능적 뇌 영상으로 추적해 증명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으며, 기존 신경과학계의 '재구성 가설'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산업 및 의료계는 이번 발견이 보철기술부터 환상 사지 통증(phantom limb pain) 치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주목했다.
연구팀은 팔 절단 수술 전후 환자 3명을 대상으로 fMRI(기능자기공명영상) 기술을 이용해 뇌의 감각 피질 지도를 장기간 기록했다. 기존 정설에 따르면 뇌는 신체 일부를 잃으면 신경세포의 기능을 이웃 부위가 차지하며 재배치(이른바 '피질지도 재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연구진은 팔을 담당하던 뇌 영역이 5년이 지나도 소멸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관찰했다. 신체 지도가 기존과 동일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이 확인되면서, 교과서적 뇌 신경 가설이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능적 뇌 지도(cortical map)가 절단 후에도 체계적으로 보존된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절단 후 장기적으로 뇌가 변화하지 않고, 이웃 신체 부위의 뇌 영역이 절단 부위로 치환되는 흔적 또한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절단 환자들에게서 ‘잃어버린 손가락을 여전히 느낀다’는 환상감각이나 ‘환상통’ 증상이 보고된 바 있는데, 이번 결과가 이 현상의 신경학적 근거를 제공한 셈이다.
시장과 기술적 맥락에서 이번 발견은 보철기 및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이전까지는 재구성된 뇌 부위를 타깃으로 인공손·의수를 제어하는 기술이 주류였으나, 앞으로는 원래의 안정된 뇌 영역을 직접 활용하는 연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환상통 치료 패러다임 역시 ‘손실 뒤 재구성’이 아니라 ‘존재하는 지도’에 기반해 접근하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글로벌 신경과학계에서도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연구를 이끈 케임브리지대 타마르 마킨 교수는 “뇌의 재구성 능력이 교과서에 실린 절대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신경계의 회복력에 대한 관점 전환을 촉구했다. 미국 피츠버그대의 헌터 쇼네 연구원도 일부 절단 환자들이 몇십 년 뒤에도 “잃어버린 손가락을 여전히 느낀다”고 언급했던 임상 현장 경험이 본 연구의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학계 안팎에서는 이번 뇌 지도 안정성 발견이 환상통 기전 해석, 근거 중심 치료법 개발, 차세대 뇌 인터페이스 기술 등 IT·바이오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술·정책·윤리적 고민을 반영한 신경과학 연구의 연속성이 향후 산업 생태계의 질적 도약을 좌우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