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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규제는 없고 방송만 엄격”…심의 패러다임 전환 본격 논의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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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는 자유롭게 구현되는 장면과 광고가 전통 방송에서는 심의 규정으로 제약받는 현상이 방송산업 내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8일 열린 한국방송학회 2025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는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이 ‘전환기 방송심의 패러다임 전환 모색’ 발제를 통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심의 기준 도입론을 공식화했다. 업계는 현행 방송규제가 OTT 등 인터넷 매체와 달리 근거 기준이 불명확하고,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노창희 소장은 시청자가 자극적·선정적 영상에 이미 익숙해진 현실에서 방송만 엄격한 심의 잣대를 적용받는 건 시대적 괴리라고 분석했다. 방송사업자와 제작사는 “공정성, 객관성, 건전성” 등 추상적 기준에 맞춘 과도한 자기검열로 창작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영방송과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간 공적 책임의 차이마저 현행 규정이 담아내지 못해 일률적 심의의 폐해가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기존 방송심의 시스템은 아날로그 기반 피해예방 중심에서, 자율규제와 시청자 선택권 강화 중심의 접근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간접광고에 관한 심의 규정 완화, 광고효과 관련 모호한 조항의 명확화 등도 주요 개정 방향으로 제시됐다. 현 제도에서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구체적으로”와 같은 해석의 다양성이 너무 커, 사업자들이 위반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고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날 토론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 속에도 공공성, 취약계층 보호 등 균형 후퇴에 대한 신중론도 나왔다. 이명희 배재대 교수는 보도 공정성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보호, 성평등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정성 개념이 작동하는 현실을 강조했다. 한편 김정원 한양대 교수는 젊은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역량이 이미 높아진 만큼 표현 규제는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하며, 특히 유료 영상 서비스에서 지나친 심의는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단, 청소년 유해 콘텐츠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글로벌 기준에 대한 논의도 부각됐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OTT와 방송 간 심의 적용에 일부 차별화 정책을 도입한 사례가 있으며, 영국 오프콤 등은 매체 특성별 ‘핀셋 규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도 글로벌 OTT와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심의 체계 역시 국내 창작과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방송기업들은 현행 심의제도가 ‘한 명의 민원만으로도 제재 대상 검토가 이뤄지는’ 예측 불가능성 문제를 호소한다. CJ ENM 등은 “과도한 반복 노출” 등 모호한 장문 규정이 새로운 콘텐츠 제작 부담과 이중 규제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춘 방송심의 패러다임 전환 논의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와 함께 제도 개선 방향, 창작자 자율, 이용자 권리 보호 간 균형이 방송산업의 미래 경쟁력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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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방송심의#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