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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다시 만나다”…익숙한 도시에 반복 여행하는 시대, 더 깊어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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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다시 만나다”…익숙한 도시에 반복 여행하는 시대, 더 깊어진 경험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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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한 번쯤 다녀온 여행지를 다시 찾는 이들이 부쩍 눈에 띈다. 예전엔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는 것이 여행의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익숙한 곳에서 쌓는 또 다른 경험이 일상이 됐다.

 

실제로 여행 예약 플랫폼 아고다가 발표한 ‘아시아 인기 재방문 여행지 Top 10’ 결과는 현장의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위는 태국 방콕, 2위에는 일본 도쿄, 그리고 서울이 3위를 기록했다. 방콕 골목 곳곳엔 이미 수차례 다녀간 여행자들의 SNS 게시물이 쌓이고, 서울을 다시 찾는 이들은 한류 콘서트와 명동 쇼핑, 드라마 촬영지 투어 등 자신만의 루틴을 더해간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서울은 K팝 공연과 뷰티·웰니스 체험이 결합돼 국내외 관광객 모두에게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부산, 제주, 인천, 대구 또한 재방문율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한 번 본 도시에서 ‘깊이 있게’ 즐기는 방식, 예를 들면 발리의 로컬 음식 골목 재탐방이나 다낭의 해변 산책, 도쿄의 틈새 책방 순례 등이 꾸준히 늘어난다고 진단했다.

 

아고다 한국지사의 이준환 대표는 “같은 장소를 반복 방문하며 더 깊은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고 느꼈다. 이러한 N차 방문자들은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찾고, 미리 아는 거리와 풍경에 자신만의 추억을 덧칠한다는 점에서 예전의 ‘한 번 다녀왔으니 족하다’는 사고와는 분명 다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같은 방콕이라도 계절마다 다른 느낌이 좋았다”, “서울은 한류가 있어 갈 때마다 새롭다”는 식이다. 누군가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옛 추억을 곱씹는 것, 그것만으로도 여행이 특별해진다”고 고백했다.

 

N차 여행의 본질은 결국 삶의 리듬을 잠시 멈추고, 익숙한 공간에서 더 깊이 나를 들여다보는 데 있을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어 간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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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다#방콕#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