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리플, 합의 좌초에 시장 흔들리다”…암호화폐 규제 난맥상 드러나→미국 금융 시계 제로
미국의 여름,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때 아닌 불확실성의 구름이 드리웠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리플랩스의 오랜 소송전은 한줄기 희망의 실마리를 내비쳤으나, 결국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의 한 마디에 멈춰서고 말았다. 지난 2020년 겨울, SEC가 리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미국 암호화폐 업계 전체에 긴장감을 드리우며, 한참 이어진 어둠 속에서 또 한 번 갈림길을 맞이한 것이다.
리플이 발행한 XRP는 미등록 증권 논란의 중심에 섰고, 2023년 법원은 기관 투자자 대상 판매 행위에 대해 연방법상 투자계약으로 인정하며 리플에 큰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올 들어 양측은 벌금 감경과 조건 완화로 타협의 불씨를 지피려 했으나, 토레스 판사는 연방민사소송규칙 제60조의 벽을 들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중대한 증거'나 '절차상 오류'가 아닌 한 판결 변경이 불가하다는 냉정한 절차 속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시장 변화의 속력이 느린 제도와 만나 충돌음을 냈다.

투자자들과 업계는 하루하루 출렁이는 XRP 가격을 지켜보며, 뿌연 시야 속에서 법적 기준을 잃고 있다. 크립토폴리탄은 SEC의 일관성 결여와 ‘케이스마다 다른 기준’이 더 큰 혼란을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과거 크라켄, 코인베이스, 테라폼랩스 등과의 소송과 합의 역시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시장 전반에 불안을 심어왔다.
이 상황은 미국 암호화폐 규제 체계가 시대 변화에 뒤처져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디지털 자산을 다루는 법률의 근간은 1930~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지금의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 스테이블코인을 정의하지 못한다. 이러한 공백은 개발자와 투자자, 심지어 연방 판사에게조차 혼돈과 숙고를 남긴다.
자금력과 조직을 갖춘 리플 역시 수년간 소송에 매달리며 성장의 발목이 잡혔다면, 작은 스타트업과 기업들은 더욱 조심스레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다. 이번 합의안 기각은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미국 금융 시장이 디지털 혁신의 문 앞에서 얼마나 더딘 발걸음을 하고 있는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SEC와 리플은 여전히 민사소송규칙 제60조(b)에 따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지만, 그 사이 살아 움직이는 시장은 예상치 못한 파동을 반복할 것이다. 암호화폐 생태계의 미래가 예측 가능하고 건강한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대를 반영한 규제의 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미국 사회는 이제, 더 이상 모호함과 지연에 머물지 않을 선택의 시간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