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침묵’의 파장…한미정상 첫 통화 후 양국 온도차→외교 향방 촉각”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처음 이뤄진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한국이 즉시 내용을 상세히 발표한 것과 달리, 미국 백악관은 하루가 넘도록 침묵을 유지하며 양국 외교가 미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관심 사안에 대해 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로 직접 입장을 밝혀왔던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 한미 정상 통화 결과에 대한 미측의 공식 언급 부재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과의 통화는 곧바로 발표했던 반면, 이번엔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취임 축하 성격의 통화에 담긴 미국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례로 방위비 분담금 등 민감한 현안에서 성과가 있을 때만 언급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를 볼 때, 미측이 특별히 공표하지 않은 점에 지나친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미국과 외교 현장에 존재한다.

관례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새 정상과의 통화 결과를 때에 따라 공개하기도, 논평 없이 넘어가기도 해, 이번 건 역시 공식 발표의 유무에만 무게를 두기 어렵다. 다만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미국이 ‘로키’한, 즉 조용히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는 외교가 안팎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번 통화가 실시된 시점 역시 대선 직후 1~2일 내 통화가 성사됐던 과거와 비교할 때 약간 더 지체됐고, 미국 백악관의 첫 입장에도 중국 견제 메시지가 들어가는 등, 미묘한 정세 변화가 감지된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을 일방적인 비판보다는, 아직 이재명 정부의 각료 인선과 정책 노선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초기 국면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방위비 분담금, 관세 등 현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한다면, 한국 정부로서도 주도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 통화를 계기로 조성된 양국 간 미묘한 온도차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새 정부의 외교 기조와 대비책을 좀 더 관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다가오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면이 성사될 경우, 미국의 공식 입장과 전략 변화에 대한 구체적 신호가 나올지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이 같은 분위기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한미 외교 노선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