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당 1,350.17달러, 11년 만의 최고치”…백금, 중국 수요 확대로 귀금속 시장 변화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지만, 시장은 그 흐름 한가운데서 거대한 파동을 일으킨다. 2025년 6월 19일, 백금의 이름이 다시 한번 귀금속 시장의 중심에 섰다. 현물 가격이 온스당 1,350.17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2014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벽을 넘었다. 올해에만 백금 가격은 40%가 넘는 상승률로 시장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강한 움직임의 단초는 중국에서 비롯됐다. 2분기 들어 백금에 대한 수요가 유독 두드러진 중국 시장이 가격 상승의 동력을 제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값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대체재로 백금 장신구를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고, 그 흐름 속에서 중국의 4월 백금 수입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시대의 불확실성이 짙어진 지금, 안전한 미래를 택하기 위해 투자자의 시선은 점차 귀금속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백금뿐만 아니라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은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연초 대비 금 가격이 29%나 올랐고, 은 역시 그 흐름을 같이했다. 글로벌 경제의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요즘, 안전자산에 대한 시장의 애정은 한층 깊어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지정학적 긴장감이 안전자산 선호도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상승 곡선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엔 신중함이 묻어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백금 가격이 온스당 800에서 1,150달러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최근의 급등세가 한시적 여건에 기댄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거대한 시장은 늘 갈림길에 선다. 귀금속 시장의 변화는 투자자의 심리와 맞물려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한편, 아시아 소비 도시에서의 수요 증대, 소비 패턴 변화까지, 움직임은 유연하면서도 중첩돼있다.
이제 개인 투자자와 기업, 금융시장의 시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귀금속 시장의 흐름은 여전히 예측 불허이고, 백금의 다음 행보 역시 수요와 정책, 투자 심리의 교차점 위에서 그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발표될 각국 무역 지표와 소비 동향,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이 불확실성의 실타래를 풀 열쇠가 될지, 세상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