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국 개입 경고하며 이란 사수 외교전”…러시아 중동 영향력에 ‘먹구름’→국제질서, 어디로 향하나
삶과 죽음, 그리고 이념과 자원, 오랜 기로에 선 중동의 하늘 아래. 러시아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한여름의 열기 속에 서늘한 경고와 애타는 중재를 동시에 내걸었다. 이스라엘이 예고 없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한 13일 이후, 긴장이 촉촉이 내려앉은 국면에서 크렘린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대해 예리하게 선을 그었다.
푸틴 대통령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잇따라 전화를 주고받으며 불안의 지경에 선 이 지역에 중재자의 손길을 건넸다. 바로 다음 날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직접 소통하며, 러시아가 더 큰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 협상 진전을 위한 제안도 탐색했다. 러시아는 오랜 복잡한 이해관계와 동맹,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라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 중동 전선에 군사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태세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6월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의 기자회견장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란이 군사 원조를 요청한 적이 없음을 상기시키며, 올해 초 체결된 러시아-이란 ‘전략적 동반자 협약’에도 군사적 지원이 포함돼 있지 않음을 거듭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 역시, 자국이 이란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에 직접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극히 낮음을 강조했다. 미국과의 관계 복원,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 변화 등 예측불허의 변수에 노출된 현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는 더욱 신중한 전략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문제 전문가 니키타 스마긴, 그리고 독일 베를린의 외교정책 분석가 하나 노테 등은 러시아의 신중함 이면에 깃든 고민을 읽는다. 러시아가 이란을 위해 발 벗고 나서지 않는 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흐름이다. 그러나, 만약 이란의 신정 체제가 붕괴된다면 시리아에서의 아사드 정권 위기 때 보다 러시아에게 더 큰 지진이 닥쳐오리라 전망한다. 친미 국가만 가득해진 중동에서 러시아의 자산과 영향력을 지켜내는 일, 그건 실로 목숨을 건 사투로 비화할 수 있는 명제다.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중재자라는 명함을 내밀고 있지만, 거친 격랑 속에서 실질적 힘을 행사하지는 않고 있다. 직접적 개입을 피해가려는 러시아의 행보는 중동 패권 지형도에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울 공산이 짙다.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세계는 저마다 촉각을 곤두세운 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