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 당일 대사 임명절차 개시”…이종섭 의혹에 대통령실 도피 지시 정황 촉발
도피성 출국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채상병 사건으로 인해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된 당일, 외교부는 곧바로 호주대사 임명 절차를 공식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통령실이 출국금지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와 도피 방조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조계에 따르면 외교부는 2023년 12월 8일 이종섭 전 장관에게 호주대사 내정 사실과 함께 인사검증 절차 개시를 공식 통보했다. 이는 이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불과 두 달 만이며, 같은 날 법무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요청에 따라 그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한 것은 전날인 12월 7일이었다.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은 이와 같은 일련의 절차가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이 전 장관의 ‘해외 도피’ 방조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이는 출국금지와 동시에 대사 임명 및 실무 검증 작업이 착수된 점, 국정조사 및 특검법 추진으로 대통령실과 여당이 공격을 받던 시기와 맞물려 파장이 커졌다.
특히 법조계 인사들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출국금지가 이뤄지면 즉각적으로 부처 간 정보가 신속히 공유되며, 대통령 민정수석실 등을 거쳐 보고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이종섭 전임자인 김완중 전 호주대사도 2023년 12월 8일 전후 외교부로부터 “후임자가 곧 부임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특검 수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당시 출국금지 사실이 장·차관급과 대통령실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공식 밝힌 바 있다. 당시 법무장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외교부는 자격 심사 및 인사검증 절차를 완료하고 ‘문제없음’으로 결론내려 2024년 3월 4일 공식 임명을 발표했다. 이 종섭 전 장관은 언론 보도로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지자, 법무부에 해제를 요청해 이틀 만에 허가를 받았다. 그는 3월 10일 호주대사로 출국했지만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11일 만에 귀국했다가, 임명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이와 관련,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은 대통령실이 출국금지 사실을 미리 알고도 대사 임명 등을 지시한 정황, 그리고 출금 해제가 이뤄지는 과정에서의 외압이나 불법행위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최근 특검은 외교부 및 법무부 장·차관과 두 부처 청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치권은 출국금지·임명 동시진행과 관련한 의혹 공방으로 치열한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검팀 수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실, 법무부, 외교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