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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난소암 정조준 ADC”…식약처, 수입 신약 허가로 치료 확대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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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산 수용체 알파를 표적하는 항체 약물 접합체 기반 난소암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며 희귀 난소암 환자의 치료 전략이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체계를 적용해 수입 의약품을 빠르게 허가했고, 특정 단백질 발현을 확인하는 동반진단 기기까지 동시에 허가하면서 정밀의료형 항암제 도입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난소암 분야에서 표적 기반 ADC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수입 희귀의약품 엘라히어주를 국내 사용을 전제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엘라히어주의 성분은 미르베툭시맙소라브탄신으로, 엽산 수용체 알파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에 세포독성 항암약물을 결합한 항체 약물 접합체다. 항암 성분을 실은 항체가 특정 수용체를 과발현하는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약물을 전달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엘라히어주는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가 기대되는 약제로 꼽힌다.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은 난소 표면 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난소암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세포 모양이 불규칙하고 악성도가 높으며 장액성 특징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재발이 잦아 새로운 작용기전의 치료 옵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식약처 허가 범위는 이전에 한 가지에서 세 가지까지 전신 항암요법을 받은 경험이 있고, 엽산 수용체 알파 양성으로 진단됐으며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성을 보이는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을 가진 성인 환자다. 이들 환자에서 엘라히어주는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난관암과 원발성 복막암은 병기 분류와 치료 패턴에서 상피성 난소암과 동일한 흐름을 보여 상피성 난소암의 아형으로 간주된다.

 

기술적으로 엘라히어주는 엽산 수용체 알파를 과발현하는 암세포를 골라 공격하는 점이 핵심이다. 엽산 수용체 알파는 난소암 등 일부 고형암에서 정상 조직보다 훨씬 높게 발현되는 세포 표면 단백질로, 항체가 이 수용체에 결합해 세포 내로 유입되면 연결된 항암약물이 방출돼 세포 독성을 일으킨다. 기존 전신 화학요법과 비교하면 비표적 정상 세포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암세포에 항암 성분을 집중시켜 유효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허가는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인 GIFT를 적용해 진행된 점에서 산업적인 의미가 있다. GIFT는 Global Innovative product on Fast Track의 약자로, 글로벌 수준의 혁신성을 가진 의료제품을 대상으로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심사 전략 수립, 임상 설계 자문 등 전주기 지원을 제공해 허가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는 제도다. 식약처는 엘라히어주를 GIFT 대상으로 지정해 심사 절차를 효율화함으로써 국내 환자 접근성과 치료 옵션 다양화를 동시에 도모했다.

 

정밀의료 관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동반진단 의료기기 허가와의 패키지 구조다. 식약처는 엘라히어주 투여 대상 선별을 위해, 엽산 수용체 알파 양성 여부를 판정하는 동반진단 의료기기 VENTANA FOLR1 FOLR1-2.1 RxDx Assay도 같은 날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기는 난소암 환자의 조직 검체를 대상으로 면역조직화학 기술을 활용해 엽산 수용체 알파 단백질 발현 정도를 측정하는 제품이다.

 

동반진단 기기 도입으로 치료 전 환자 종양의 수용체 발현 상태를 미리 확인해 약물 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어, 약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독성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광범위하게 동일 약을 투여하던 기존 항암 전략과 달리, 개별 종양의 분자적 특성에 맞춰 약을 선택하는 정밀의료 방식이 국내 난소암 치료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항체 약물 접합체를 중심으로 난소암과 유방암 등 고형암 공략 경쟁이 이미 치열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HER2, TROP2, Nectin-4 등 다양한 표적을 겨냥한 ADC가 연이어 승인되며, 기존 화학요법 대비 반응률과 무진행 생존기간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엘라히어주 허가로 국내에서도 엽산 수용체 알파라는 새로운 표적 축이 더해지면서 적응증 확장과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 측면에서 보면, 식약처의 신속심사 및 동반진단 동시 허가 모델은 향후 다른 종양 표적 ADC와 면역항암제 도입에도 기준 사례가 될 수 있다. 고가 혁신 항암제 도입 과정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규제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해서는 심사 속도를 높이는 균형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동시에 실제 급여 적용 과정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영향, 환자 접근성, 비용 대비 효과를 둘러싼 후속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으로도 생존을 위협하는 암과 희귀질환 등 중대한 질환에 대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국내에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엘라히어주와 동반진단 기기가 실제 진료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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