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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비만약 등장”…이노벤트,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 내수시장 판도 변화 주목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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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신약이 글로벌 제약업체의 독주하던 비만 치료제 시장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중국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의 ‘신얼메이’가 2024년 6월 자국 규제당국(NMPA) 허가를 받으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와의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됐다.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내 반(反)외산’ 경쟁의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노벤트의 신얼메이는 GCG(글루카곤)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두 개의 대사 조절 경로를 동시 활성화한다. 기존 GLP-1 단독 기반 약물이 주로 식욕 억제와 인슐린 분비 자극에 집중했다면, 신얼메이는 지방 연소에 직접 관여하는 GCG 수용체까지 겨냥한다. 이중 기전 설계로 내장지방 감소와 칼로리 섭취 제어의 시너지를 꾀한다는 평가다.

현재 중국 비만약 시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앞선 판매 실적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는 신얼메이가 올해 6억 위안(약 1180억원)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며, 2029년에는 35억 위안(약 6884억원) 규모로 시장 내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고비 역시 올해 22억 덴마크 크로네(약 4851억원)로, 2026년까지 30% 이상 추가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얼메이의 출고가는 네 펜에 2920위안(약 57만원)으로 위고비(월 400달러) 및 마운자로(월 900달러)와 가격 경쟁도 본격화됐다. 단, 중국 국민의료보험 미적용 등 제약점도 남아있다.

 

기존 제품이 병원 중심 판매에 집중했다면, 이노벤트는 JD.COM, 소매 약국, 병원·클리닉 등 다양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적극적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기업이 자국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 및 현지화 마케팅에서 우위라는 점도 변수다. 실제 단스케 은행은 “중국 내 외국계 제약사보다 로컬 기업이 브랜드 파워에서 앞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선점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현지 혁신약의 출시 자체가 외자산 독점의 균열이라는 의미가 크다. 제네릭(복제약)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2025~2027년경 출시가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위고비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에 대한 노보 노디스크의 특허가 2025년 만료되면서 중국 바이오기업의 약물 개발 및 허가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책·지적재산권 측면에선 중국 내 제네릭 시장 진출에 따라 특허권, 바이오시밀러 심사 등 규제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신약 접근 확대 정책 기조와 맞물려 외자사와 현지사의 시장 점유율 변동이 산업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얼메이 등 현지 신약이 비만 치료제 시장에 본격 가세, 가격·기전·유통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중국 기업의 혁신약 출시가 실제 시장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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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위고비#마운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