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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만의 복귀 타석”…김혜성, 다저스 우승전 삼진→포스트시즌 적신호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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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의 뜨거운 밤, 환호 속에서 김혜성은 오랜만에 마주한 타석에서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팀의 우승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에도, 11일 만에 돌아온 김혜성의 방망이는 침묵하며 포스트시즌 불투명이라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겼다. 잔칫날 마운드와 더불어 2루에서 엇갈린 표정이, 시선을 끌었다.

 

26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원정경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김혜성은 8-0으로 크게 앞선 6회초 프레디 프리먼의 대주자로 경기장에 섰다. 이후 6회말부터 2루수로 수비를 소화했고, 8회초 1사 1루 주자로 타석에 올랐다. 상대 투수 테일러 라시를 맞아 5구 만에 시속 146.7킬로미터 직구를 바라만 보고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전 이후 11일 만에 오른 타석에서 김혜성은 여운을 남겼다.

“11일 만에 타석”…김혜성, 우승 경기서 삼진에 고개 숙여 / 연합뉴스
“11일 만에 타석”…김혜성, 우승 경기서 삼진에 고개 숙여 / 연합뉴스

시즌 막바지 김혜성의 고민은 여전하다. 부상 복귀 뒤 좀처럼 타격감이 살아나지 않으며, 이달 들어 타율은 0.067(15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시즌 누적 타율도 0.283에서 0.281(153타수 43안타)로 하락했다. 규칙적인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 타격 슬럼프가 겹치며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마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다저스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이날 8-0 대승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짓고, 최근 13시즌 중 12차례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시즌 90승 69패로 남은 3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1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어 2연속 정상 도전을 재점화했다. 1998~2000년 뉴욕 양키스 이후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룬 팀은 없다.

 

주요 인물들의 활약도 빛났다. 다저스 1번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는 시즌 54호 홈런을 작렬시키며 개인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4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나빌 크리스맷의 낮은 체인지업을 정확히 받아쳐 우중간 펜스를 넘겼다. 홈런 부문 선두 카일 슈워버(56개)와의 격차도 2개 차로 좁혔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 역시 6이닝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2승째를 따내, 평균자책점 2.49와 201탈삼진을 동시에 기록했다.

 

다저스와 김혜성, 두 길은 명암이 엇갈렸다. 경기장 밖에서는 우승 엠블럼이 자리 잡았지만, 김혜성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깊게 배였다. 포스트시즌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선수와 팀 모두 각자의 무게를 견디는 시간이다.

 

애리조나의 밤공기처럼 묵직하게 남은 여운. 다저스는 남은 3경기를 치른 뒤 본격적인 포스트시즌 준비에 나선다. MLB와 팬들은 김혜성이 다시 웃는 그 순간을 조용히 기다린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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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다저스#오타니쇼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