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I 스토리지 세계 2·4위”…글루시스, MLPerf 성과로 글로벌 주목
국산 인공지능(AI) 스토리지 기술이 국제적 인정을 받으며, 산업 인프라 경쟁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국내 중소기업 글루시스가 개발한 AI 스토리지(ExaStor)가 세계 권위의 MLPerf Storage 벤치마크에서 각각 2위(ResNet-50)와 4위(3D U-Net)의 성적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국산 장비의 글로벌 경쟁력 검증”이자 “AI 인프라 시장 지형 변동의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당 벤치마크는 MLCommons가 주도하는 글로벌 AI 시스템 성능 평가 체계로, 구글,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기준을 마련했다. 글루시스의 ExaStor는 이미지 데이터 처리 핵심 지표인 ResNet-50 항목에서 GPU당 95.98MB/s(A100, 288개 사용, 시스템 전반 26.99GiB/s)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3D 의료 영상 분석용 3D U-Net 항목에서는 GPU당 2,967MB/s(H100, 12개 사용, 전체 34.77GiB/s)로 4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 항목별 GPU당 데이터 입·출력 처리량이 경쟁 해외 장비와 나란히 하며, 기술적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음을 시사한다.

MLPerf Storage v2.0 벤치마크는 대규모 AI 학습 환경에서 핵심 인프라인 스토리지의 입출력 효율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최신 국제 표준이다. 이번 평가에는 전 세계 26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치열한 성능 대결을 벌였다. TTA는 기술 분석과 데이터셋 검증, 시험환경 구성에서 승인 등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추진한 ‘HPC 이노베이션 허브’ 사업의 일환으로, 국산 인프라의 글로벌 안착을 뒷받침했다.
AI 스토리지는 의료·과학 연구, 국방 정보처리와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데이터 입출력 지연 최소화, 대용량 워크로드 실시간 대응 등으로 실효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주요 벤치마크 성적은 글로벌 IT 장비기업이 독식해왔으나, 이번 성과는 국산 스토리지 시스템이 안정성·확장성·성능 측면에서 국제 기준에 부합함을 수치로 증명한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하드웨어 경쟁이 플랫폼·소프트웨어 최적화 경쟁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중소 ICT기업의 벤치마크 입성은 의미가 크다.
TTA 손승현 회장은 “국산 스토리지 장비가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국내 중소·중견 ICT 장비 기업의 글로벌 벤치마크 참여 및 해외 인증 확대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고성능 컴퓨팅(HPC) 및 AI 기반 산업 확장 흐름에서 국산 스토리지 인프라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술 표준화, 인증, 글로벌 공급망 연계 등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국내 기업이 AI·데이터 인프라 주도권 경쟁의 새로운 축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