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루 22.9원 급등락”…외국인 매도·달러 강세에 두 달 반 만에 최대 변동폭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7원을 터치한 뒤 하루 사이 최대 22.9원 폭등락을 기록하면서 두 달 반 만에 가장 큰 변동성을 보였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동결이 맞물려 환율이 급등했으나,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야간거래에서는 급락세로 전환됐다.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급등락에 대한 경계와 함께 연말 원화 흐름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일 오전 1,400원을 돌파해 오후 5시 43분께 1,407.4원까지 올랐다. 전일 종가보다 20.4원 높은 수준으로, 5월 19일 이후 처음 1,400원대를 돌파했다. 장중 고가는 5월 15일 1,412.1원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최고치다. 반면 미국 노동부가 7월 신규 비농업 일자리가 7만3,000명에 그쳤다고 발표하면서 환율은 야간 거래 중 1,388.3원까지 빠르게 내려갔다.

이번 환율 변동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함께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겹치면서 심화됐다.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97대에서 이번 주 100선을 넘어서는 등 달러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동시에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 우려, 연준의 매파적 기조도 영향력을 미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FOMC 직후 "통화정책이 완만하게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내비쳤으며, 대부분 위원이 경제 활동 제한이 과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 불안심리에 힘입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6,602억 원,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선 7,012억 원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가 쏟아졌다. 그 여파로 코스피는 3.88% 급락한 3,119.41에 마감, 4월 7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외생 변수에 외국인 매도세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초 대비 코스피는 선전했지만, 세제개편안 실망감과 외국인 매도가 맞물리며 환율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FOMC 이후 파월 의장의 매파적 태도와 증권거래세 신설이 외국인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며, "1,400원대 하단에 누적된 달러 숏 포지션 청산까지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고 했다.
이번 하루 원/달러 환율 변동폭 22.9원은 5월 14일(31.5원) 이후 최대치다. 미 노동부의 고용지표 부진으로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부각되며 시장 심리는 급반전했다는 평가다.
연말 환율 흐름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다. 이민혁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1,400원 위에서 등락할 수 있지만 하반기로 가며 달러 약세와 환율 하락세가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서정훈 하나은행 선임연구위원은 "달러인덱스 강세가 이어지고 국내 민간 경기 회복이 더디면 연말까지 1,300원대 후반~1,400원대 초반을 유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향후 환율 등락 방향은 주요국 통화정책, 국내 증시 흐름, 미국 경기지표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의 9월 금리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