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사진만으로 질환 예측”…AI, 안저 진단 시장 혁신 견인
안저(망막) 이미지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다양한 질환을 조기 진단하며, 의료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의료AI 기업들은 고혈압·당뇨 합병증, 실명질환, 심혈관질환 등 숨어있는 질병을 비침습적 방식으로 예측하는 신기술을 잇따라 공개하며 의료 현장 적용을 앞당기고 있다. 이같은 AI 진단 솔루션은 효과적인 조기 발견을 통해 임상 효율성을 검증받는 동시에, 의료 자원의 효율 배분과 환자 맞춤형 예방에 새 가능성을 열고 있다. 업계는 신의료기술 제도 개선과 연계된 이번 사례를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회 입법박람회’에서 아크가 선보인 ‘위스키(WISKY)’ AI는 망막 사진 한 장으로 당뇨망막병증, 녹내장, 황반변성 등 3대 실명질환과 고혈압·당뇨 합병증 위험을 예측해, 체험자 35명 가운데 3명의 유증상자를 판정했다. 이 중 2명은 자신의 질환 가능성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AI 조기 진단의 임상적 가치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뷰노는 AI 기반 안저 영상 진단 의료기기 ‘뷰노메드 펀더스 AI’를 통해 주요 실명질환에 대한 이상소견·병변 위치를 수초 내 분석한다. 녹내장 판독 분야에서 국제전기전자공학회가 주관한 글로벌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기술력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메디웨일의 ‘닥터눈’은 망막 촬영만으로 향후 심혈관질환이나 만성콩팥병(CKD) 위험을 기존 혈액·소변 검사보다 간편하게 예측한다. 이 방식은 환자가 병원을 자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확성을 확보해, 조기 진단과 관리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자이메드는 ‘안저기반 동맥경화 AI 솔루션(FUNDUS-CVD AI)’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으로 선정되며 임상 현장 진입 가능성을 넓혔다. 2023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어, 비급여 항목으로 합법적으로 전국 의료기관 임상 사용이 가능해진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는 안전성·유효성이 일정 수준 이상 입증된 혁신 의료기술에 대해 본 평가 완료 전 한시적으로 임상 활용을 허용하는 제도다.
기술적으로 이들 솔루션은 망막 혈관 등 고해상도 이미지를 분석해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등 전신질환의 위험도까지 산출한다. 기존 안검사나 혈액검사에 비해 비침습, 실시간 분석, 환자 접근성 등에서 뚜렷한 우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안저 기반 AI 진단솔루션 개발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미국, 유럽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환경에 맞춘 의료기기 인증 및 보험 적용 범위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국내 역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등 정책 변화가 산업 활성화의 촉진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는 이번 신기술이 실제 임상과 의료보험 등재 과정에서 얼마만큼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수출 품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데이터 보호, 의료윤리, 정책 지원의 균형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