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거북손 사냥 절정”…거친 바위 끝 인간의 땀→노동의 서사에 파묻히다
찬 바람이 산과 바다를 스쳐 지나가는 계절, EBS ‘극한직업’은 현장에 선 이른 아침의 온기와 고요함을 따라간다. 통영 우도의 갯바위, 끝없이 출렁이는 파도와 맞닥뜨린 노동자들은 날선 바위틈에서 거북손을 따내기 위해 손과 망치를 번갈아 움켜쥔다. 한 땀 한 땀 맺히는 땀방울 위로 소리 없이 새겨지는 삶의 흔적은, 잠시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는 자연 앞에 더욱 또렷이 새겨진다.
거칠고 미끄러운 바위 위에 선 이들은 흔들리는 몸을 붙들고, 바람과 파도를 견딘다. 바닷물에 젖은 손끝으로 거북손을 캐서 모을 때마다 비릿한 냄새와 더불어 뭉클한 자부심이 번진다. 거북손은 평범한 조개와 달리, 수년이 넘는 세월을 바위에 의지해 자라난다. 그 고유한 식감과 풍미는 미식가들의 식탁을 넘어, 채취하는 손길에 담긴 응어리까지 세상에 전한다.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채취의 현장은 오직 허가받은 이들에게만 열리며, 작업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킬로그램의 무게를 감내한다.

깊은 숲길을 따라간 계절의 숨결은 강원도 홍천의 산양삼 농가에서 이어진다. 잎이 모두 떨어지는 가을, 모자지간의 끈끈한 동행이 산길 깊숙이 스며든다. 수년간 같은 산길을 오가며 산양삼 한 뿌리를 위한 기다림과 망설임이 겹쳐진다. 산양삼의 위치는 경험과 손끝의 감각에만 의지한다. 멧돼지, 땅벌, 오소리의 흔적을 피해가며, 모자는 매일을 반복한다. 그 순간순간마다 산속의 공기와 흙, 식물의 표정이 손끝에 닿는다.
경남 거창 지리산 자락 8만 평의 숲에서는 현우 씨의 고독한 순례가 시작된다. 매일 해발 700미터 산길을 오르며, 재배에 걸맞는 햇볕과 토양, 기온을 가늠한다. 잡초를 골라내고 벌집을 치우는 작은 손길마다 무심한 산의 온기가 배어난다. 10년, 15년을 넘는 산양삼의 기다름 속에, 생명을 키우며 삶의 의미를 거듭 새긴다.
극한의 절벽 끝에서 바다의 보물을 품고, 인내의 숲속에서 산양삼을 품은 사람들. 그 고요한 눈빛과 단단한 손끝에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노동이 스며 있다. 계절이 흐를수록 선명해지는 서사는 흔들림 없는 하루의 기록이다.
EBS ‘극한직업’ 876화는 다가오는 9월 27일 토요일 밤 9시에 방송된다. 바다와 산이 건넨 가을의 선물, 그리고 오랜 기다림의 뒷모습이 시청자에게 조용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