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전기차 수출 급감”…현대차·기아, 미국 시장 위축→유럽 확장 해법 모색
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미 전기차 수출이 급격히 줄며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주요 완성차 기업은 관세 이슈, 보조금 정책 변화, 그리고 현지 생산 확대 등 변수에 맞서 수출 전략의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가 예고되며, 업계는 유럽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한국에서 미국으로 선적된 전기차 신차는 164대에 불과했다. 6천209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97.4%라는 사상 유례없는 감소폭이다. 이는 관세청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공식 통계에 근거하며, 월간 기준으로 2021년 전기차 수출 본격화 이래 최저 기록이다. 미국의 구매 보조 정책 축소와 현지 생산기지 확대가 맞물리며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의 수출량 감소를 주도했다는 전문가 진단이 이어진다. 실제로 올해 1~7월 대미 전기차 누적 수출도 8천443대로, 전년 동기(7만2천579대) 대비 88% 이상 크게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대응 및 보조금 이슈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에 투자를 집중하는 동시에, 국내 일부 전기차 생산라인의 휴업을 반복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대차의 울산 1공장 12라인(아이오닉5·코나EV 생산)이 올해만 6번째 휴업에 들어간 점은 시장 변화의 상징으로 읽힌다. 반면, 미국 현지 생산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물량은 사실상 모두 미국 내에 소화되고 있어, 수출으로 이어지지 않는 양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수출 감소세가 미국 관세와 보조금 정책 변화에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 감소에 따른 연 매출 손실은 최대 4만5천828대, 19억5천508만 달러(약 2조7천2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업계는 수출처를 유럽 등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된 지역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외 유럽향 전기차 수출은 주요국에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달 전체 전기차 수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2.3%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는 당분간 미국 시장의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는 한편, 유럽 및 기타 글로벌 신시장 개척이 국내 전기차 산업의 타개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과 제도 환경의 급변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전략적 방향 전환과 시장 다변화는 이제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