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 전 90만 명 대피”…필리핀, 초강력 태풍 ‘퐁퐁’에 국가 재난 대응 총력
현지시각 9일, 필리핀(Philippines) 정부가 초강력 태풍 ‘퐁퐁(Fung-wong)’의 본격 상륙을 앞두고 루손(Luzon)섬과 수도권 일대에서 90만 명 이상 주민을 긴급 대피시켰다. 불과 수일 전 대형 태풍 칼마기(Kalmaegi)로 224명이 목숨을 잃은 직후 또다시 신속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재난 대응 체계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명 ‘우완(Uwan)’으로 불리는 퐁퐁은 시속 185㎞의 지속 풍속과 최대 230㎞의 돌풍을 동반해, 루손섬 동부 아우로라(Aurora)주에 9일 밤 상륙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보됐다. 필리핀 기상청은 주요 지역에 태풍 최고 경보인 시그널 5호를 발령했고, 수도 마닐라(Manila) 등에는 시그널 3호를 유지 중이다. 동비사야(Eastern Visayas) 일부에서는 이미 정전 피해가 발생했으며, 루손 전역에 거대한 비구름이 밀려들고 있다.

국방장관 길베르토 테오도로(Gilberto Teodoro)는 “대피 명령 거부는 불법”이라고 강조하며 조속한 주민 대피를 촉구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해안·내륙 지역의 사전 대피 행렬을 공식 공개했고, 내무부와 재난관리청은 2천여 명의 군 병력을 구조·구호 임무에 긴급 배치했다. 민간항공청은 강풍과 폭우 영향으로 국내외 항공편 300여 편이 결항됐다고 밝히며, 특히 마닐라 공항을 비롯한 주요 거점에 수천 명 승객이 발이 묶였다.
퐁퐁은 올해 필리핀을 강타한 21번째 태풍으로 연평균 태풍 발생 빈도를 넘어섰다. 이전 태풍 칼마기도 필리핀과 베트남(Vietnam) 해안 마을에 대규모 피해를 남겼고, 복구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연이은 초강력 태풍이 재난 대응 역량에 중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북부 이사벨라(Isabela) 등 일부 지역 주민들은 체육관을 임시 대피소로 삼아 가족 단위로 피신했다. 한 주민은 “집이 강가에 있어 매번 태풍마다 대피한다”며 “이번에는 홍수가 더 심할까 두렵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필리핀 기상청도 “아우로라 해안 상륙 시 대규모 침수와 해일 피해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사상자 제로 전략을 목표로, 이번에는 선제 대피와 예방 조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지 언론은 이미 도로 통제, 전신주 파손, 교량 흔들림 등 피해 소식을 실시간 전하며, 정전 피해로 수십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차단됐다고 보도했다. 국가 방위·경찰력은 고립 지역에 대한 헬기 투입 등 긴급 구호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이 기후변화로 초강력 태풍이 일상화되는 ‘뉴노멀’에 놓였다고 지적한다. 상승하는 해수 온도와 기류 변동이 태풍 강도·빈도를 높이고, 인프라 개선과 주거지 이전의 국가적 과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난 리스크의 증대는 필리핀의 경제 회복력에도 중대한 도전 과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향후 필리핀의 재난 대응 및 경제적 회복력 강화 논의에 어떤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